도동서원 춘향대제, 살아 있는 돼지가 생단(牲壇)에 올랐다
도동서원 춘향대제, 살아 있는 돼지가 생단(牲壇)에 올랐다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2.03.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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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도동서원
올해는 제대로 된 춘향대제 봉행
살아있는 돼지를 생단에 올리는 성생례(省牲禮) 볼거리
(사)한국서원연합회 홈페이지에 영상 올릴 예정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있는 도동서원은 동방오현(東方五賢) 중 수현(首賢)인 한훤당 김굉필 선생과 한강 정구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동방오현은 김굉필을 비롯하여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이다.

한강 선생은 한훤당 선생의 외 증손으로 그가 주도하여 도동서원을 중건하였으며, 서원 앞의 수령 450년 된 은행나무도 그가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봄과 가을 두 차례 향사를 모신다. 올해의 춘향대제는 실제로 살아 있는 돼지가 생단에 오른 귀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춘향대제는 문중 사람들과 유림 선비들이 모여 이틀에 걸쳐 의식을 행한다. 도동서원은 2019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올해는 특별히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전국의 9개 서원에서 봉행하는 춘향대제를 영상으로 촬영한 것을 편집하여 (사)한국서원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이라 한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개의 서원은 도동서원을 비롯하여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안동의 도산서원, 안동의 병산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 등이다. 이들 중 5개 서원이 대구 경북에 있다.

춘향대제에 참례한 제관들이 사당으로 오르고 있다. 권오훈 기자
춘향대제에 참례한 제관들이 사당으로 오르고 있다. 권오훈 기자

이틀간의 춘향대제 전 과정이 영상으로 촬영된다. 그래서 문중에서도 그동안 팬더믹으로 인해 소수의 인원만 모여 간단하게 치러왔던 춘향대제를 격식에 맞게 제대로 봉행하게 되었다. 3월 14일과 15일에 걸쳐 치러지는 춘향대제 중 전야제 격인 14일에는 20여 명의 참례자들이 모였다. 제복으로 차려입고 강당인 중정당(中正堂)에서 상견례를 마친 후 제반 절차에 따른 회의를 진행하고 사당으로 올라가 고유제를 올렸다.

 

제관들이 사당 마당에 도열해 서서 춘향대제를 봉행함을 고하고 있다. 권오훈 기자
제관들이 사당 마당에 도열해 서서 춘향대제를 봉행함을 고하고 있다. 권오훈 기자

올해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성생례(省牲禮)이다. 제사상에 올릴 제물의 상태를 살펴보는 의식이다. 향교나 서원에서 성현께 제사를 올릴 때는 제사상에 생물을 올린다.

특히 이번 춘향대제에는 제사상에 올릴 돼지를 산 채로 운반해 와 사각형으로 된 돌판인 생단(牲壇) 위에 올리고 돼지가 제물로서 합당한지 한 바퀴 돌면서 상태를 둘러보고 "돌(腯)"이라고 물으면 제관(초헌관, 아헌관, 종헌관)들이 차례로 "충(充)"이라 답하는 절차를 거쳤다.

만약 제물인 돼지에 흠결이 발견되면 다른 돼지로 바꿔 와야 한다. 살아 있는 돼지를 옮기고 살펴보는 일은 여간 성가시지 않고 일할 사람도 귀해서 요즘은 보기 드문 일이다.

제관들이 생단 위에 올려진 돼지를 감별하는 성생례를 행하고 있다. 권오훈 기자

제물로 사용할 고기를 준비하는 방법은 혈(피), 생(생고기), 섬( 살짝 데침), 숙(익힘) 등의 네 가지가 있는데, 봉행 대상에 따라 다르다.

이어서 다시 중정당에 모여 제향의 제반 절차에 따른 모든 집사들의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제집사분정기(諸執事分定記‘를 서필로 작성하여 중정당 게시판에 붙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도동서원에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핫한 관광지가 되었다.

올해도 예년처럼 (사)한국 인성 예절교육원(원장 임귀희) 소속 인성 예절지도사들이 청소, 정리, 다과 준비 등을 3년째 자원 봉사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