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모 (1)
녹슨 철모 (1)
  • 시니어每日
  • 승인 201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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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공! 과장님, 군단 의무실 이병장입니다. 큰일 났습니다." 한밤중의 귀찮은 전화다. 사령부 당직 위생병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야, 이 병장, 무슨 일이야? 천천히 말해봐! "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태도에 짜증이 났다.

  “의무실장 우 대위님이 자살을 했대요. 군단 주번사관님이 과장님 급히 지금 군단으로 빨리 올라오시라고 하는데요.” 군단과 병원은 같은 부대라도 위치도 다르고 근무체제도 달라 당직도 서로 관계가 없다. 군단 사령부에 환자가 생겨도 병원 군의관이 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군단 사령부의 군의관이 죽은 큰 사건이고 또 내가 병원에 있지만 그의 선배인 만큼 그래서 불렀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의무실 군의관 방 침대에 누워 있는 우 대위의 모습이 보였다. 자는 듯 했지만 가까이 가보니 그의 심장 부위에 구멍이 나 있었다. 침대에 누워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쏜 것 같았다. 침대 밑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으며 아직도 피는 우 대위의 몸에서 뚝뚝 듣고 있었다.

 우 대위는 군단 의무실장으로 근무했고 나는 군단 부속병원인 101야전병원 정신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큰 틀로 보면 같은 부대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부대가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행정이나 기타 업무도 서로 다른 만큼 양쪽 군의관들이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우 대위는 같은 중, 고등학교와 대학의 동문 후배인지라 학생 때부터 자주 만난 사이였다. 입대 후 우연히 같은 군단에서 그는 사령부, 나는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어 내왕이 잦은 편이었다.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군의관으로 왔으니 전문의가 아니다. 군복무를 마치면 자신도 정신과를 하겠다며 나를 자주 찾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또 다른 이유로 병원을 자주 찾아왔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학생 때부터 워낙 기발한 소리를 하고 기이한 소리를 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다. 그와의 관계 중 기억에 남아 있던 몇 가지 이야기와 또 약간 메모를 해둔 것이 있어 그것들이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았다.

5월, 어느 봄날 전방에서 1년간 복무를 마친 군의관들이 11군단에 모였다. 이들 2년차 군의관들이 군단 예하부대로 정기 재배치 받기 위해 집합한 것이다. 인사처 장교가 나와 그들이 전번 부대에서 갖고 온 복무 인사서류를 들여다 보고 개개인의 얼굴을 또 한 번씩 쳐다봤다. 얼마 후 그 인사처 소령은 군의관들을 하나하나 호명하고 잇달아 그들이 갈 예하부대의 부대명도 불렀다. 공병여단, 전차부대, 포병사령부, 통신대대, 독립포병부대 등이 그들의 새 근무처였다. 부대배치가 끝나자 바로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우 중위는 호명을 받지 못했다.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일까?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