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신천과 금호강을 걷다
봄비에 신천과 금호강을 걷다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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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격동에서 경대교, 침산교를 거쳐 금호제1교까지 걷다

일기예보대로 어제 오후부터 구름이 몰리더니 오전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랜만에 신천(新川)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오후 2시경에 아파트를 나와서 경북대로 향하다. 온실 쪽 오솔길에 산수유가 봄비 속에 환하게 웃고 있다. 노오란 꽃들이 옹기종기 달려있는 작은 언덕을 지나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고 서문을 빠져나와 경대교를 건너다.

봄비에 개화한 산수유(경북대 온실 부근). 정신교 기자
봄비에 개화한 산수유(경북대 온실 부근). 정신교 기자

경대교 건너편에서 둔치 보행로로 내려가니 봄비 속에도 사람들이 산보를 즐기고 있다. 그새 개울 물이 맑아진 것 같다. 도청교를 지나 성북교를 향해 가는데 초콜렛 색깔 외투를 허리 아래에 걸친 중년 여성이 앞서 나가고 있다. 투박한 바지보다 선이 부드러워 눈이 시원하다.

남자들이 치마를 입으면 어떨까? 새봄맞이 K-패션 작품으로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스코틀랜드 남성들은 행사 때 치마와 유사한 전통 의상 킬트를 입는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젊은이들의 젠더 갈등이 많았다고 하니, 남성용 스커트 패션이 유행하면 이대남과 이대녀의 갈등 해소에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성북교에서 침산교 사이는 양안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둔치 아래 풀밭은 아직 겨울이다. 재작년 봄 활짝 핀 진홍색 꽃양귀비에서 지역구 초선의 홍일점(紅一點) 여성 국회의원을 연상하지 않았던가?

침산잠수교를 건너 금호강자전거길로 접어들다.

봄비는 오락가락한다. 우산을 폈다가 접다가 하면서 무태교로 향한다. 언제쯤이면 금호강 둔치가 갓꽃으로 노랗게 물든 광경을 볼 수 있을까?

먹구름이 바삐 북쪽으로 몰려간다.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하던 울진 산불은 오전에 진화됐다고 한다.

금호강 둔치(무태교에서 서변대교 사이). 정신교 기자
금호강 둔치(무태교에서 서변대교 사이). 정신교 기자

봄비 탓인지? 자전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바이크 족들이 성가시리만큼 다니는 길인데…. 오리도, 물새도 평일보다 적게 나왔다.

산격대교 아래 사내들끼리 족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공이 오가는 것을 보기만 해도 재미가 있다. 좁은 공터에서 여럿이 쉽게 즐기는 운동으로 족구가 대세인 것 같다.

금호제1교 직전의 야외 캠핑장이 폐쇄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동안 법석였는데….

둑 위로 올라오니 대형트럭에서 한라봉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만원 한장에 15개’, 신품종들이 워낙에 많이 나와 한라봉도 뒷전으로 밀려나니, 상전벽해(桑田碧海),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물류창고가 즐비한 유통단지로, 인터불고 호텔을 돌아 나와서 북대구 초교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다.

일만사천 보, 두어 시간 동안 9.9 km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