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 김종기 기자
  • 승인 2022.03.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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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개표 결과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24만7천77표가 많은 1천639만4천815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두 후보 차이는 0.73%로 초 접전이었다. TV 개표 방송은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한다. 개표 방송 시청률도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KBS가 12.8%, MBC 6.9%, SBS 5.6%, TV조선 4.7%, JTBC 3.2%, 채널A 3.0%, YTN 2.2%, MBN 2.1%, 연합뉴스 TV 1.7% 로 기록되었다.

정치, 참 좋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신분 상승의 기회로는 정치만큼 좋은 것이 없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해군 중위 출신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해군을 방문했을 때, 누군가가 정치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치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해군중위가 20년 만에 국군 통수권자가 될 수 있겠나?” 라고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9개월 만에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나?

물론 선거에 승리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선거에서 패배하는 일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특히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바뀌게 되면 더더욱 허망하다. 아마 이재명 후보도 허망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선거는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이나 모두 후폭풍이 있다. 승리한 쪽은 논공행상 때문에 시끄럽고 패배한 쪽은 책임 소재 따지느라 시끄럽다. 한쪽은 당선증도 받기 전에 누가 어떤 자리에 간다느니 하는 말이 나온다. 패배한 쪽도 마찬가지다. 누구 때문에 패배했으니 책임지라고 문자폭탄을 보냈다는 등 말들이 많다.

승리한 쪽 사람들은 본인은 열심히 했는데도 원하는 자리를 주지 않아서 섭섭하고, 패배한 쪽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모든 책임이 내 탓이라고 하니 섭섭하고 속상하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열심히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었다. 자리는 고사하고 명절날 홍보 문자 오는 것이 전부였다. 당선된 후에는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고 전화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도 나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 하지만 예전과 같을 것이다.

이제 대선을 마쳤으니 곧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지방선거가 6월 1일이니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마다 지방선거를 대비해서 공천 문제로 시끄러울 것이다. 특히 대선을 마치고 정권을 찾아온 쪽에서는 더더욱 심할 것이다. 모두가 공신이고 모두가 열심히 했으니 공천을 달라고 할 것이다.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면 공신 문제로 시끄럽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예우가 시원찮다고 반란을 일으키다가 죽고, 권력투쟁에 패하여 역적이 된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역적이 아니라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여론에, 세력에 밀려 쫓겨나 야인이 되어 잊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나 대선이나 모두 선거를 마치면 저마다 자기 덕분이라고 공치사를 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묵묵히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는 하는 일 없이 눈치만 보다가 말로만 떠벌이고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사람이 대부분 공을 받을 것이다.

노자(老子) 도덕경 제9장에 “공수신퇴(功遂身退),천지도(天之道)”라는 말이 있다.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라는 말이다. 본인의 도움으로 당선되었으면 그 자체로도 기쁜 일이다. 무슨 대가가 필요한가?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후한의 광무제는 권력을 잡은 후에 공신들에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전답 문서가 든 비단 보자기를 하나씩 주고 모두 낙향시켰다. 현직에서 은퇴시킨 것이다.

요즘에 그럴 수는 없겠지만 본인이 공신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 어떨까? 당선인이 공신들의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