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시골 꽃 이야기]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3.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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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전하러 오다

날씨가 좋은 봄날이다. 이제는 3월이니 봄꽃이 얼마나 피었을까 궁금하여 오랜만에 경북수목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아직 많은 꽃들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한적하고 평화롭다. 상록수를 제외하고는 초록의 색깔은 거의 없고 가끔 상사화나 수선화가 잎을 내미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화사한 봄의 기운은 찾기 힘들다. 그래도 이 넓은 수목원에 서둘러 나온 꽃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는데 작지만 황금색을 띤 예쁜 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은 땅에 바짝 붙어서 먼길 달려온 우리가 반갑다고 상큼하고 샛노란 웃음을 보낸다.

복수초가 노랗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복수초가 노랗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얼음 속에서 피어난다는 복수초이다. 지난 번에 본 겨울바람꽃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잎 모양을 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잎이 잘게 갈라진 것이 복수초이다. 어쩐지 화사한 꽃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다. 그런데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를 써서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라고 하니 알고 불러야할 것 같다.
다르게는 이른 봄에 얼음 사이에서 피어난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설련화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이제야 핀 것을 보니 이곳이 많이 춥다는 뜻일 게다. 아무튼 얼음새꽃이 가장 마음에 든다.
꽃이 황금색을 띠고 있어서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기에는 꽃의 생김새가 코스모스 같기도 하다. 자세히 보니 화학섬유로 만든 가짜 꽃잎처럼 번들거린다. 왠지 좀 어색해서 확인하려고 만져 보니 부드럽다. 가짜 꽃은 아닌 것이다. 꽃 주변을 얼쩡거렸더니 활짝 피었던 꽃들이 입을 오므린다. 살아 있다는 증거다. 보기와는 달리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꽃인가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수초는 그늘을 싫어하고 햇볕을 좋아해서 이렇게 한다고 한다. 내 그림자가 빛을 가렸나보다.

잎을 오므린 복수초. 장성희 기자
잎을 오므린 복수초. 장성희 기자

복수초는 꽃이 먼저 핀다는데 뒤따라 나온 듯 잎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달막하게 나와서 마치 작은 등불을 켠 듯하다. 작은 불이 큰 불을 만들듯이 이 작은 한 송이의 꽃이 봄을 일으킬 것이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강물이 되고 바다를 이루게 되는 것처럼 무엇이든 시작은 작고 미약하지만 하나 둘 힘을 합치면 큰 하나가 된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라고 한다. 복수초를 보고 있으니 노란 웃음 속에서 영원한 행복이 올 것만 같지 슬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언 땅이 녹고 봄을 알리는 희망의 꽃이 피어났으니 복수초의 꽃잎 만큼이나 화사한 웃음꽃이 만발했으면 좋겠다.

무리지어 핀 복수초. 장성희 기자
무리지어 핀 복수초.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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