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봄을 훔치다, 겨울바람꽃
[시골 꽃 이야기] 봄을 훔치다, 겨울바람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3.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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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정원을 밝히다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오던 봄기운이 경칩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성큼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굳게 얼어 있던 얼음도 따뜻한 햇볕을 받아 슬그머니 녹더니 이내 청아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다. 누군가 억지로 봄을 데리고 오지 않아도 계절은 때가 되면 변한다.
얼마 전 점심을 먹으러 간 어느 식당의 비밀정원에서 겨울바람꽃을 만났다. 처음에는 복수초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겨울바람꽃이었다. 두 꽃이 너무 비슷하여 착각하기 쉬웠지만 직접 본 적이 있는 복수초와는 분명히 달랐다. 무엇보다도 겨울의 막바지를 지나고 있어 아직은 추운데 이렇게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작고 아담하지만 원색의 꽃이 드문 시기에 화려한 색으로 피어 있기에 금방 눈에 띄었다.

바람꽃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겨울바람꽃. 장성희 기자

그 누가 겨울바람꽃이라는 이렇게 근사한 이름을 지었을까. 겨울바람 속에서 피어난다고 누구나 알 수 있게 그렇게 불렀겠지.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곧 봄이 올 것이라는 암시도 준다. 아무튼 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다림과 그리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겨울바람꽃은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고 한다. 이제 봄의 전령사도 만났으니 비로소 진정한 봄이 가까이 왔음을 감지한다.
자그마한 키에 바람 한 줌에도 손짓하듯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냈다. 그랬더니 반갑다며 노란 웃음으로 화답을 했다.

바람꽃
노란 웃음으로 화답하는 겨울바람꽃. 장성희 기자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이었다. 이제 겨울바람꽃도 피었으니 그동안 움츠렸던 봄꽃들도 앞다투어 형형색색으로 피어나겠지. 2022년 우리의 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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