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선택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선택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2.28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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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우리, 후손들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권 행사

자유롭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는가? 자유로운 영혼은 육체를 얻는 댓가로 자유를 잃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구속으로 인류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도 아름다운 녹색 별에서 수억 년을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은가?

여행작가이며 오지 탐험과 자원봉사를 즐기는 바람의 딸, 한비야 씨(韓飛野, 1958~)는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인 젊은이의 우상이다. 그도 해외 봉사활동을 같이 하던 네덜란드 지인과 수년 전 결혼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버킷리스트인 요트 세계여행을 위해서 출국하는 전 외교부장관의 남편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인근의 대불산은 그다지 높지도 않고 경사도 완만해서 자주 찾는 산책로 중의 하나다. 둘레길을 두어 바퀴 돌고 중턱의 벤치에 앉아서 버릇처럼 앙상한 겨울 숲을 기웃거려 본다. 청설모가 사라진 지 벌써 몇 해가 됐다. 갑자기 격앙된 음성이 숲의 오후를 부산하게 한다.

“코로나 환자 수가 팍팍 늘어나고, 선거 날도 시간 외에 투표를 또 하게 하네.”

“돌아가는 게 뭔가 수상해.”

꼭대기 둥지에서 알짱거리던 까치 한 마리가 “후드득”, 창공을 날아오른다.

오랜만에 치르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모에게 여쭈었다.

“어무이는 누구 찍을라카노?”

“그걸 니가 와 묻노”, “비밀투표 아이가?”

조선에 태어나서 어깨너머로 글을 익히고, 평생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채, 여필종부의 굴레 속에서 겨우 얻게 된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싶지 않았을까? 팔순 노모는 가볍게 역정을 내시며 눈을 흘겼다.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선택. 마운틴구구 그림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선택. 마운틴구구 그림

미수(米壽)를 넘기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신 노모께서는 생전에 몇 번이나 자유로운 선택을 즐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유언비어와 마타도어가 무성하다. 여·야 유력 후보와 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심지어 재작년에 치러진 4·15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부정선거 시비도 소셜미디어에 재확산되고 있다.

생의 후반기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의무이자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사하고 싶은 것은 시니어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선택의 자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듣고, 보고, 읽고 생각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1908∽1970)는 인간의 행동 동기를 생리적 욕구, 안전성 욕구, 소속과 사회적 욕구, 존경, 자아실현 욕구의 5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노년에 그는 자아실현 욕구를 초월한 봉사와 희생의 메타 욕구를 최상위 단계에 올려놓았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중차대한 시기에, 나를 위해서 보다는 우리, 후손들을 위한 국민 모두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권 행사를 염원한다.

제20대 대통령선거벽보(대구 산격동 대우아파트). 정신교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벽보(대구 산격동 대우아파트).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