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카랑코에 테사'
[시골 꽃 이야기]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카랑코에 테사'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2.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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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종소리를 울리다

겨울이라 거실은 많은 식물들로 뒤섞여 있어 복잡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거실 한 쪽에 '카랑코에 테사'가 우뚝 솟아 겨울 햇살을 한껏 받고 있다. 아침에 잠깐 들어오는 햇살이기에 더 달콤하게 즐기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처음으로 키우는 화초라서 마치 첫사랑을 마주하듯 작은 설렘으로 매일 아침에 인사를 주고 받는다. 우리 집에 있는 '카랑코에 테사'는 지난해 죽장면 소재지에 있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주인 아주머니가 꺾꽂이로 잘 번식한다며 몇 가지 꺾어 준 것이다. 그 뒤에 집으로 돌아와 화분에 꽂아두었더니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랐다. 순치기를 해주니 옆 가지를 올리고 드디어 꽃까지 피워 놓았다.

거실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칼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속살을 보여주는 카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늦가을부터 긴 꽃대 위에 아주 작은 꽃망울을 달고 있더니 해가 바뀌고 2월달에 접어들어 주렁주렁 진주황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오랜 기다림 속에 피어난 꽃이기에 더 반갑고 예쁘다. 오랜 기다림이 없었다면 이런 희열과 행복은 덜할 것 같다.
집밖 날씨는 춥지만 오늘도 거실에서 열일하고 있는 '카랑코에 테사'가 기특하다. 오랜 시간  꽃가뭄이 있는 계절이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이렇게 변함없이 꽃을 피워주는 꽃이 있으니 다행이다.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는 칼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는 카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카랑코에 테사'는 1~3월까지가 개화시기인데, 꽃이 피면 오랫동안 그대로 있으니 '불로초'라는 아명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불로초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질까.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칼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카랑코에 테사. 장성희 기자

꽃말은 '설렘, 인기'라고 하는데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 꽃말과 잘 어울린다. '카랑코에 테사'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늘 반가운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겨울을 밝혀  주는 꽃이 화사한 초롱 모양으로 천사의 종처럼 생겨서 금방이라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만 같다. '댕그랑, 댕그랑'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우리에게는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하나씩 지치지 않고 늘어나는 초롱불 때문인지 우리 집 거실은 매일 조금씩 더 환해지고 있다. 봄은 눈에서 시작하여 이미 가슴까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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