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김두엽· 나태주 '지금처럼 그렇게'
[장서 산책] 김두엽· 나태주 '지금처럼 그렇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02.1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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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김두엽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77세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시

김두엽 화가의 그림을 보고 나태주 시인이 시를 쓴 시화집이다. 이 책의 그림은 올해 94세, 12년차 화가인 김두엽 할머니가 그렸다. 할머니는 83세의 어느 날, 빈 종이에 사과 하나를 그려 놓은 것이 계기가 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그림은 화려하고 과감하지만 한없이 조화롭고 따스한 것이 특징이다.

77세, 그리고 51년차 시인인 나태주는 1971년 <대숲 아래서>로 등단한 후 현재까지 40여 편의 창작시집을 포함해서 100여 권의 책을 펴냈다. 43년간 교직 생활 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풀꽃문학상, 해외풀꽃시인상, 공주문학상 등을 제정하여 시상하고 있다.

목차는 ‘1부 사람이 좋고 햇빛이 좋고 바람이 좋아요, 2부 지금처럼 그렇게 정답게 살아야지 예쁘게 살아야지, 3부 이것이 너의 인생이고 나의 인생 우리들 모두의 날마다의 삶’으로 되어 있고, 1부에 ‘그건 그렇다고’ 등 25편의 시와 그림, 2부에 ‘봄밤’ 등 25편의 시와 그림, 3부에 ‘밥’ 등 25편의 시와 그림이 있다.

그림과 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시화 몇 편을 소개한다.

 

 

 

  둘이서 

   

  둘이서 손잡고

  꽃나무 아래 갔지요

 

  너도 꽃나무

  나도 꽃나무

 

  둘이서 꽃나무 아래

  꽃나무였지요.

 

 

 

 

 

 

  여보, 세상에   

 

  여보, 세상에 많은 기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 맙시다

 

  그렇다고 여보, 세상에는 슬픔과 괴로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도 맙시다

 

  그저 덤덤히 사는 거요

  될 수 있는 대로 무덤덤히

  그저 사는 거요.

 

 

 

 

  향기로    
 

  향기는

  자랑하지 않는다

 

  향기는

  고집부리지 않는다

 

  다만 하나가 되어

  서로를 사랑할 뿐이다

 

  당신,

  나의 향기가 되어주십시오.

 

 

 

  눈이 삼삼 

 

  예쁘구나 눈이 삼삼

  서로 닮고 닮지 않아

  더욱 예쁘구나

 

  꽃이구나 알록달록

  고운 옷 예쁜 모자

  게다가 신발까지

 

  지금처럼 그렇게

  정답게 살아야지

  예쁘게 살아야지.

 

 

 

 

  친구    

 

  바람은 갈대의 친구

  갈대들 온종일

  심심하게 서 있을 때

  바람이 찾아와 놀아준다

  갈대는 친구가 좋아

  춤추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한다.

 

 

 

 

 

  수선화     

 

  봄날의 요정

  노랑 등불

  하나씩 들고

 

  내가 왔어요

  올해도 봄이 되어

  내가 왔어요

 

  수선화 소리 없는

  나팔을 분다

  황금빛 소리로.

 

 

 

 

 

 

  빈집   

 

  아무도 없다

 

  그래도 선뜻

  발길 들일 수 없는 것은

  저 붉은 장미

  담장에 피어

  이쪽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나무도 그 옆에서

  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논둑길         

 

  마음이 간다

  사랑이 간다

  사람의 발걸음도

  따라서 간다

  비틀거리지 마라

  비틀거리지 마라

  무논에 자라는

  벼들이 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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