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WD-40은 뒤에 숫자가 왜 40일까?
[과학이야기] WD-40은 뒤에 숫자가 왜 40일까?
  • 김차식 기자
  • 승인 2022.02.0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센은 독학으로 펜실베니아에서 금속, 목재의 보존 기술개발에 중점
로켓발사체 SM-65 아틀라스에 녹이 슬어 부식방지 용매의 개발을 요청
39번째까지 실패, 그 뒤에 ‘40번째 개발법’으로 만들어졌다 해서 WD-40
WD-40. 김차식 기자
WD-40. 김차식 기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WD-40(Water Displacement, 40th formula) 스프레이에 적힌 숫자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포스트잇처럼 얼떨결에 위대해진 발명품으로 꼽힌다. 무엇을 뜻하는지? 아마 기계를 다루는 모든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물건의 하나이다. 녹이 쓸고 빡빡한 곳에 뿌리는 바로 그것이다. WD-40이다.

최고라는 의미의 와따 40, 더블유디 사공, 더블유디 사십, 떱디, 따블디, 와드 사십, 군대에선 소위 넷공으로 불리고 있어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은 어떤 기계이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일명 기계의 빨간약이라고 불리 운다.

◆WD-40은 왜 뒤의 숫자가 40인 걸까? 1~39 숫자는 어디 갔을까?

이 사실은 1953년 캘리포니아 위치한 한 연구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인원 3명의 조그마한 회사인 로켓 케미컬 컴퍼니의 대표인 로면 라센(Norm Larsen)은 일종의 세척 문제로 고민중이었다. 씻으려면 물로 닦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물로 세척해도 되는데 씻어야 하는 것이 핵미사일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였다.

라센은 고등학교 졸업자였다. 그는 다양한 지식을 독학으로 공부하였다. 펜실베니아에서 금속 및 목재의 보존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며 자체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회사는 실적이 상당히 좋았다.

이후 미국 해병대와 기타 다양한 기관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그러던 중‘컨베이어’라는 항공기 제조업체에서 엄청난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 냉전으로 인해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이 시작되면서 각 나라는 서로 미친 듯이 핵무기 발사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미국 최초의 탄도 로켓발사체 SM-65 아틀라스 ICBM의 표면에 녹이 슬게 되었다. 언제든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로켓, 그것도 핵탄두가 장착될 최첨단 로켓에 녹이 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로 인해서 당시 금속 보존 기술이 뛰어났던 라센에게 이 녹 부식방지 용매의 개발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번번이 실패하게 되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부터 39번째의 실험에서 모두 실패하였다. 포기가 없는 끈질긴 노력 끝에 점성이 매우 낮고 휘발성이 높으며 금속결합부에 침투하여 수분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침투성 오일(Penetrating oil)을 개발했다.

라센은 이 물질의 이름을 물로 세척할 수 없는 금속의 특성을 고려한 물의 대체재(Water Displacement)라 불렀다. 그 뒤에 40번의 실험 끝에 발견한 물 치환 화학식을 따서‘WD-40’으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WD-40은 핵미사일의 녹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이렇게 미사일의 부식 방지용으로 개발된 WD-40이었지만, 연구원들과 사용처인 컨베어 항공사의 직원들이 이 제품을 반출해 집에 가서 사용해보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원래 목적인 부식방지뿐만 아니라 뻑뻑한 곳의 윤활효과, 먼지 제거 효과, 녹이 나서 눌어 붙었던 볼트와 너트의 분해를 쉽게 해주는 효과 등이 나타났다. 녹을 없애고 기름때를 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자 스프레이 용기 형태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결국 WD-40은 1958년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일반인들에게 판매가 되었다. 이후 로켓 케미컬 컴퍼니는 성분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허조차 내지 않고 이름을‘WD-40 컴퍼니’로 바꾸게 되고 현재까지 영업을 계속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60여 개국에 WD-40을 수출하고 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회사는 빨간색 뚜껑, 노란색과 파란색 통 디자인의 다목적 윤활제 WD-40으로 널리 알려졌다. 핵미사일에 세척제로 사용했던 WD-40은 녹과 먼지, 뻑뻑함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WD-40로 농기구 코팅. 김차식 기자
WD-40로 농기구 코팅. 김차식 기자

※WD-40은 생활 속에서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글루건이 묻었을 때, 지퍼가 빡빡할 때, 껌이 묻었을 때, 테이프 접착제 자국 제거 시. 빡빡한 가위, 더러운 구두, 크레파스나 색연필 제거, 농기구 코팅, 변기청소, 냉장고 손때 청소,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 스티커 떼기. 촛농 떼기, 해충 방지, 삐걱거리는 경첩, 초 간단 운동화 세탁, 카페트 얼룩, 기름얼룩, 자전거 체인 얼룩 제거, 립스틱이나 화장품 얼룩 제거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만능 윤활유로 알고 있는 WD-40 사용 시 주의사항!

WD-40은 윤활제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윤활유가 있는 곳에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주된 목적이 기름을 닦아내고 녹을 방지한 방청제이다. 자전거 체인 같이 계속 움직이는 데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직물에 과다 사용은 오히려 기름 얼룩이 남을 수 있다. 이때는 주방세제 원액으로 한번 세탁을 해주어야 한다.

WD-40은 본질적으로 수분추출 + 세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