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설렘을 주는 '장미베고니아'
[시골 꽃 이야기] 설렘을 주는 '장미베고니아'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2.01.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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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베고니아'와 짝사랑에 빠지다

실내에서는 꽃이 더욱 그리워지는 겨울이다. 어떤 꽃이 있을지 화원에 가보았다. 화원에는 흔히 보는 '시클라멘', '베고니아', '카랑코에', '서양난'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꽃이  '장미베고니아'이다. 아마도 꽃의 모습이 화려해서일 것이다.
꽃잎의 색감은 즐거움을 넘어 황홀감마저 느끼게  한다. 마치 내면에 충실해진 맑고 고운 빛이 꽃잎을 통해 은은히 배어 나온 듯한 모습이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수채화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데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올까 신기하기도 하다.

강렬한 빛으로 눈길을 끄는 장미베고니아. 장성희 기자
강렬한 빛으로 눈길을 끄는 장미베고니아. 장성희 기자

'장미베고니아'는 장미의 아름다움에 견줄만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만 언듯 보면 장미라고 착각할 정도로 모양이 비슷하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장미는 줄기에 가시가 있고, 잎이 잎자루에 여러 장 붙어 있다. 또한 대부분 겹꽃으로 꽃잎이 여러 장이고 한 송이씩 따로 핀다.
반면에 '장미베고니아'는 가시가 없고, 줄기가 연하다. 잎은 잎자루에서 한 장이 나오고 초록색부터 자주색 등의 여러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꽃잎도 여러 장으로 겹쳐 있어 화려하다. 마치 조개를 벌린 듯한 꽃모양을 하고, 여러 송이의 꽃이 다발로 피어 있다.
한참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장미와 가장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장미에는 향기가 나지만 '장미베고니아'에는 아무런 냄새가 없다는 것이다. 왜 향기가 없을까. 그래서 꽃말이 '짝사랑'이 되었을까. 역시 강렬한 빛은 눈길을 사로잡으며 설렘을 주는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기에 슬프다. 누구나 젊은 시절 짝사랑의 추억 하나는 가지고 있기에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장미베고니아'는 일년내내 꽃을 볼 수 있어서 사랑을 고백하며 선물하기 딱 좋은 꽃이다. 요즘은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데, 한 번쯤 꽃을 통해 자기의 속마음을 보여주어도 좋을 듯하다.

거실 한쪽에 자리잡은 장미베고니아. 장성희 기자
거실 한쪽에 자리잡은 장미베고니아. 장성희 기자

화원 한 코너에서 파스텔톤의 '장미베고니아'에 반해 보고 또 보며 주위를 왔다갔다했더니, 주인이 주황색으로 단장한 꽃을 덤으로 하나 싸준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 한쪽에 놓았더니 풍성하게 만발한 꽃이 너무나 예쁘다. 짝사랑은 '장미베고니아'가 아니라 내가 하게 생겼다. 요즘은 추운 날씨지만 화사한 주황빛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 오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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