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라도 한번 만나 뵈었으면...
꿈에라도 한번 만나 뵈었으면...
  • 유무근 기자
  • 승인 2019.03.24 1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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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단신 남하한 이영식(92) 할아버지

이영식(92. 교동카메라 대표 / 사진) 옹은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건강만큼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 50여 년을 이어온 카메라점 사업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인맥을 바탕으로 성업되었으나 요즘은 불경기이다. 교동시장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식 옹은 1.4 후퇴 때 혈연 단신으로 남하하여, 대구에 정착한 이산가족 할아버지이다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족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는 그는, 이산가족 상봉 재현 기대에 남다른 관심이 컸었다. 일가족 20명 모두가 남하하다가 수안읍 고개에서 중공군의 기습 폭격으로 간신히 혼자만(당시 22세) 도망쳐 나온 미안함으로 살고 있다.

“먼저 내려가서 살아 있어라”는 아버지의 음성은 지금도 아른거린다고 한다. “부모님 산소에 큰절 올리고 한이 어린 말씀 들으며, 하룻밤이라도 동생들과 얼굴 비비대며 지새보는 것이 바람입니다. 행여나 꿈에서라도 만나면 좋으련만, 생전에 상봉 기회를 기다립니다”며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늘 감사기도를 생활화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와 나눔을 실천하는 숨은 봉사자이기도 하다. 슬하에 반듯하게 성장해 준 2남 2녀가 있고, 보릿고개를 넘어 60여 년을 동거동락한 부인에게 고마운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옹은 “자전거 사고로 2주간 입원한 것 말고는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습니다. 지병으로 약도 복용한 적이 없을 만큼 건강합니다. 청력 좋고, 시력은 바늘귀도 단 번에 꿸 수 있습니다”라며 건강을 자신한다.

가까이 지내던 동년배 친구들이 한두 명씩 유명을 달리하고, 이제 한 명 밖에 남지 않은 친구마저 거동이 원만치 못하여 때로는 외롭기도 하다. 단골 고객인 안토니오(83) 씨는 “이 형님은 구순이 넘은 연세에도 정밀 카메라의 원로이며, 덤으로 건강까지 누리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시다”며 “간혹 식사 때 만나 반주로 소주 한 병씩 기울이는 우리는 의형제이다”고 했다. 이 분 또한 실향민이다.

우리 주변에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실향민은 많다. 그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