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며 노래하는 의사' 대호정형외과 이진석 원장
'기타 치며 노래하는 의사' 대호정형외과 이진석 원장
  • 강효금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2.01.20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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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밴드 '오버 드라이브'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로
'스포츠 손상'과 '관절 수술'을 잘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사람을 생각하는' 그의 삶은 따뜻하고 풍요롭다
그의 병원에는 기타가 있는 공간이 있다. 김광석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연주하는 이진석 원장.   이원선 기자
그의 병원에는 기타가 있는 공간이 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연주하는 이진석 원장. 이원선 기자

 

호랑이띠 해를 시작하며 대구시 범어네거리에 있는 대호정형외과의 이진석 원장을 만났다.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을 모토로 내세운 병원답게 곳곳에 사람을 배려하는 세심함이 묻어난다.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가 내리자, 직원이 달려가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병원에 마련된 연습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의사

"아티스트라기보다 동호인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직장인 밴드 '오버 드라이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버 드라이브'는 전자기타에서 사운드를 변형 시켜 주는 이펙트로, 록이나 메탈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우리 밴드는 원래 록을 위주로 한 밴드였는데, 제가 참여하며 감성적인 포크 연주도 함께합니다. 좋아하는 곡은 김광석 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혼자 남은 밤’입니다.

처음 기타를 잡은 건 중학교 2학년 때입니다. 어머니가 공부하다 지치면 기타를 쳐보라며 건네주었는데, 그것이 기타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원래 형을 위해 사 준 것이었는데, 형이 관심을 두지 않는 바람에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잡은 기타에 빠져 혼자 악보를 보며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기타 연주를 잘하는 친구가 이웃해 있어 그 친구를 졸라 열심히 배우고,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외교관의 꿈을 접고 의사의 길로

-의사의 길

"처음에는 외교관이 꿈이었습니다. 제가 수능 1세대인 94학번입니다. 외교학과를 지망했는데, 담임선생님이 원서를 써주지 않으려 하셨습니다.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잘 나온 것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수능 스타일이라,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며 큰 덕을 보았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신경전 끝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진학했습니다. 의사 공부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험에 시험이 꼬리를 무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운 좋게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입학 동기와 졸업 동기가 40여 명 정도 얼굴이 바뀌었습니다. 그때 힘든 시기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도 ‘음악의 힘’이었습니다. 원래 문과 성향이 강해서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혼자 생각하며 글을 쓰는 잔잔한 시간을 좋아합니다."

-힘든 정형외과를 선택한 이유

"대학에서 존경하는 멋진 형이 있었습니다. 그 형이 정형외과 전문의의 길을 가는 걸 보며, 나도 저런 근사한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몰랐습니다. 응급실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과가 정형외과였습니다. 다치고 깨져서 응급실을 찾은 사람들이 꿰매고 붙이고 해서 퇴원하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여겼습니다. 내과 같은 경우는 만성질환이 많아, 잘 낫지 않고 오래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라는 교수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멋모르고 정형외과를 택했습니다. 체력이 따라줘야 하는 과라 자기관리도 중요합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해져,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는 대구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는 몇 안 되는 의사다. 스포츠 손상과 '아티스트 케어' 같은 특화된 치료도 유명하다.   이원선 기자
그는 대구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는 몇 안 되는 의사다. '스포츠 손상'과 '아티스트 케어' 같은 특화된 치료도 유명하다. 이원선 기자

 

수술은 수술 적응증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스포츠 손상과 관절 수술을 잘하는 의사로 유명

"최근에는 슬개골 탈구로 저를 찾아주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릎 등의 관절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다 보니, '연골판 손상에 대한 봉합수술'이나 본인의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방십자인대 재건수술' 등의 고난도 수술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수술은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이라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내고 환자가 완치되어 만족한 일상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무릎 관절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도 많습니다. 저는 교과서적인 판단으로 수술에 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때로는 동료들에게서 답답하다는 말을 듣지만, 저는 명확한 기준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하려 합니다. 의사는 ‘합법적으로 상해를 줄 수 있는 권한을 받은 사람’입니다. 수술도 일종의 상해입니다. 상해를 가한 경우 잃는 것보다 이익이 많을 때, 수술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한 연령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신체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쓰고 난 다음, 수술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우리 몸은 신비합니다. 무릎 연골이 망가져도 주변 근력이 튼튼하면 더 쓸 수 있습니다. 수술을 생각하고 온 분들은 화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에서 '가족처럼'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제 어머니 같으면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제 동생 같으면 수술하겠습니다. 적절한 시기, 수술하고 재활을 견딜 수 있는 적응증, 의사와 환자와의 궁합 등, 여러 가지가 맞아야 수술을 합니다. 예전에는 여든이 넘으면 수술하기 꺼렸습니다. 하지만 평균연령이 높아지며, 이제 환자가 원하고 그 과정을 견딜 힘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수술합니다. 예전에 여든일곱인 분이 병원에 오셨습니다. 한 달을 살아도 자기 다리로 살고 싶다고, 부축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며 수술을 원했습니다. 수술 후 O자형 다리가 날씬하게 펴지며, 키도 커지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며 기뻐하셨습니다. 의사로서 참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연골판, 십자인대, 인공관절…. 다양한 수술을 하며 그 앞에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을 둡니다. 양심을 저버리지 않고 소신껏 정직하게 진료하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한 약속입니다.

-독자를 위한 도움말

"날씨가 추울 때는 따뜻하게 운동하시길 권합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기본적인 운동수칙을 지키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며, 유산소 운동은 꾸준히, 특히 '허벅지 근력 운동'에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계단 오르기'나 ‘실내 자전거 타기’를 통해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올라오면서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코어근육을 강화하면 건강한 생활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