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시대, 밥상 차리기 ‘팁’
‘혼밥’ 시대, 밥상 차리기 ‘팁’
  • 노정희
  • 승인 2019.03.24 12: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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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밥’을 잘 먹는 ‘일’이다

요즘 ‘혼밥’, ‘혼술’. ‘혼차’, ‘혼곡’, ‘혼놀’이 유행이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솔로가 증가하면서 혼족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시니어 세대와는 별개의 의미를 가진다. 시니어에게 혼족은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 등 떠밀린 경우가 많다. 손주를 돌봐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부부가 떨어져서 지내는 예도 있고, 배우자의 질병이나 사별로 인해 헤어져 있거나 이별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각자 생활이 바쁘다 보니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밥을 먹는 일이 드물다. 기껏해야 가족 행삿날이 아니면 마주 앉아 밥 먹기가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눈에 띄게 혼밥 식당이 보이기는 하나 고객의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혼자서 밥상 차려 먹기가 귀찮았다. 혼자 밥 먹는 일이 익숙지 않았던 것이다. 마주 앉아 찬거리를 권하며 도란도란 밥을 먹을 때는 입맛이 없어도 같이 수저를 들게 된다. 아무리 거한 반찬이 있어도 혼자 먹자고 상차림을 한다는 게 마뜩찮았고, 대충 먹자는 식으로 마음을 돌린 적이 많았다. 싱크대 앞에서 한술 뜨기도 하고 음료 한 잔으로 때우기도 했다. 이미 세태는 변했다. 바쁜 가족의 구성원과 밥 먹는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제는 시류에 동승하여 그에 따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밥 먹는 일은 ‘식사’이다. 비록 혼밥일지라도 즐겁게 먹어야 한다.

지인은 저녁상 차릴 때가 고민이라고 한다. 아이는 출가했고 부부만 남았다. 아침은 간편하게 음료 한 잔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각자 하는 일이 있으니 밖에서 먹는다. 문제는 저녁을 차려야 하나, 차리지 말아야 하나였다.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해도 두부, 파, 무 등의 부재료를 사야 하고, 한 끼 먹고 나면 남는 재료가 더 많아서 처치 곤란이다. 그럴 바엔 밖에서 사 먹고 들어가는 게 재료비보다 싸게 치고, 설거지도 하지 않으니 편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어르신은 모임에 간다고 하면 부인께서 좋아한단다. 이유인즉슨 저녁상 차리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는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은 상차림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가 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세대가 아닌가. 그 어르신은 부인 눈치 보느라 가끔 모임에 간다고 집을 나서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단다. 혼자 식당에 가자니 ‘나이 들어서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나’ 식당 종업원이 눈치 주는 것 같고, 김밥을 사서 길거리에서 먹자니 그것도 남세스럽단다.

우리나라는 2017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통계를 보았다. 2018년 11월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은 27.9%이며 외식, 배달, 포장 식사가 월 14, 8회(2017년 기준)로 보고 되었다.

지금 식생활 콘텐츠는 간편식 도시락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문제는 웰빙과 기능성에 있다. 편의점에 진열된 도시락을 보면 반찬으로 튀김류가 많다. 거기에 보태 달고 닝닝한 소스는 원료가 무엇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상표를 걸고 만든 도시락에는 샐러드를 넣어 영양 면에서 균형을 맞추고는 있으나 가격이 만만찮다. 젊은 혼밥 층에는 더없이 좋은 한 끼 식사이나 시니어 세대에게 퓨전식은 즐길만 한 식사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머잖아 이웃 나라처럼 아침 식사까지도 밖에서 해결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간편식에 관한 관심과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잦은 외식과 간편식으로 인해 탄수화물과 지방의 과잉 섭취로 건강 균형이 깨어질까 저어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인 가구, 신 건강 취약계층으로의 고찰 및 대응’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혼자 식사 시 문제점으로 ‘식사를 대충 하는 것’이 35.8%,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는 것’이 19.2%로 조사되었다. 약 55%가 영양이 불균형한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층이야 건강을 자신한다고 하나 시니어 층은 탈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 더구나 만성 질환까지 안고 있다면 식생활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밥상 차리기가 귀찮은 시니어들께 한 가지 팁을 드린다. 밥을 지어서 전자레인지용 1인 그릇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국이나 찌개도 끓여서 한 끼 분량씩 담아서 냉동 보관한다. 식사 때마다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면 된다. 반찬 균형에 있어 고기와 채소 비율은 2 : 8 정도가 알맞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이삼일 분량을 준비해서 한 끼 먹을 만큼 손질해 포장해 둔다. 시니어들 입맛에 맞는 무침 소스나, 초장소스를 만들어 두었다가 곁들여 먹으면 된다.

건강을 위해서는 ‘식사’를 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잘 챙겨서 먹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