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소방관 순직
중대재해처벌법과 소방관 순직
  • 한완수 기자
  • 승인 2022.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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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더 이상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희생 되지 않는 대책 절실 요망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으로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지만,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아서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에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본따 안전의무를 위반한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된 직접적 계기는 2020년 4월에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법의 주요내용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을 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지는 것이다.

지난 1월 5일 오후 11시 46분께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이튿날 건물 2층에 투입되어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고립됐다가 끝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또한 지난해 6월17일에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리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하였다.

2021년도 소방청 통계연보에 의하면 전체 소방공무원수는 60,994명이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소방관 순직자수는 49명, 공상자는 5,672명으로 연평균 5명 정도의 순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시 재발 위험이 있거나 붕괴위험이 있는 곳은 드론이나 무인로봇을 동원하여 내부 상황을 살펴 안전을 확인한 후 소방관을 진입하도록 하는 첨단 안전장비의 도입과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돈이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1일자로 국가직이 되었지만 인사권과 예산편성권은 여전히 광역자치단체장인 시도지사가 담당한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소방력이 달라진다. 2001년 홍제동 화재사고로 6명의 소방관이 한꺼번에 순직하는 사고가 있은 이래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평택 물류화재 순직자들의 빈소에도 3월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야 모든 대선 주자들이 앞 다투어 빈소를 찾았고 "화재 예방 및 소방관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겠다."라는 앵무새와 같은 약속만 하였고 문대통령은 영결식에 조사도 없이 참석만 하였다.

급기야 소방노조(2021년 7월 창립)에서는 17일 오후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 일대에서 ‘현장과 괴리된 행정상 지휘의 비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더 이상 죽기 싫다.”는 구호를 제창하며 정부와 소방당국을 비판하는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은애 소방노조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벌써 5명의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도중 순직했다며, ’정부와 소방당국이 면피성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택 순직사고 진상조사는 소방공무원의 희생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안정섭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통과된 중대재해법에 생명이 위태로운 현장을 거부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과 괴리된 지휘관들이 성과에 급급하여 사고 현장으로 몰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화재현장에서 무리한 진입 결정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불길 속에 사람이 있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고 반문했다. 평택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 역시 "아직 인부 3명이 안에 남았다."는 현장 관계자의 증언에 따라 현장에 투입됐다.

소방관은 위험한 재난현장에서 모두가 대피할 적에 반대로 현장으로 뛰어드는 직업이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한 퇴직 소방관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오늘 죽을 수도 있다.'라는 각오로 출근했다."고 한다. 어느 직업이 목숨을 담보로 근무하는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죽지 않아도 되는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