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띠 해에 바란다] 언어의 품격, 우리 사회의 품격
[호랑이 띠 해에 바란다] 언어의 품격, 우리 사회의 품격
  • 시니어每日
  • 승인 2022.01.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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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KGM내과 원장

 

말을 하고 표정을 짓는 것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모든 동물들이 고유의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인간은 300만 년 동안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언어'라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우아한 의사 전달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인류가 발전시켜 온 고상한 의사 전달 방법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악플'이란 이름의 칼이 되어 버린 언어에 의해 상처받고 있다.

처칠의 일화! 의회의 휴식 시간에 화장실엘 갔더니 변기 하나만 자리가 비어 있었다. 대기업 국유화를 주장하면서 처칠과 한창 거친 논쟁을 벌이고 있던 노동당 당수 애틀리의 옆자리였다. 처칠이 그곳으로 가지 않고 다른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자 애틀리가 "내가 불쾌하오? 왜 여기 빈자리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 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처칠은 "겁이 나서 그럽니다. 당신은 큰 것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하는데 혹시 내 것을 보고 국유화하자고 달려들면 큰일 아닙니까?"라고 진지하게 대답하여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TV에 비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 서로를 향해 내뱉는 막말에 가까운 거친 언어와 험악한 표정들은 아이들이 볼까 부끄럽고, 정당의 논평들이 어쩜 한결같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원색적인 용어들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또 국정감사나 청문회라도 열리면 화난 표정과 흥분된 음성으로 상대는 말도 못 하게 다그치면서 자기 말만 열심히 쏟아내는 우스꽝스런 모습들을 자주 보여준다. 그렇게라도 눈에 띄고픈, 표를 향한 갈망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한마디 말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재치도, 옛글을 인용하여 넌지시 잘못을 탓할 수 있는 세련됨도 없이 막무가내로 호통만 치는 그런 모습들이 우리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분들은 알고 있을까?

정치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이렇게 거친 언어들이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까닭은 아마도 다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 듯하다. 세계 1위의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곰곰이 전후사정을 따져보기보다는 군중심리에 의한 여론몰이로 당사자를 짓밟아 버리거나, 누군가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적대적인 태도부터 취하곤 한다.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해선 의사소통의 방법부터 세련되어져야 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닌 사용하는 이의 교양과 인품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말에도 여유가 생긴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 남에게 상처가 될 말은 삼가는 배려하는 마음들을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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