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가 대세(大勢)
‘깐부’가 대세(大勢)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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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 글든글로브 TV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 정호연 배우 미국 패션 잡지 보그(VOGUE) 표지모델

 

같은 편과 동지를 뜻하는 은어인 ‘깐부’의 어원은 영어 콤보(compo) 또는 캠프(camp)가 유력하다. 콤보는 소규모 밴드를 뜻하며, 캠프는 같은 진영을 뜻하는데, 주한 미군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깜보, 깜부, 깐부로 변했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등의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이 되는 것을 ‘깐부하자’고 하는데, 공전의 히트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오영수 분)이 성기훈(이정재 분)에게 언급해서 대세 유행어가 됐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경선 라이벌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 ‘우리는 모두 정권 교체를 위한 깐부…’ 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일(한국시간) 개최된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영화제 시상식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별명을 얻은 오영수 배우가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TV 시리즈-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오영수)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오영수 배우(1944∽)가 우리나라 배우들 가운데 최초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2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논란 등으로 세계 영화계와 언론의 외면을 받는 골든글로브가 한국의 ‘깐부 할아버지’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수상 소식을 넷플릭스로부터 받은 오영수 배우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라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는 오영수 배우의 골든글로브 수상을 축하하면서, ‘진심은 통한다는 깨달음을 주셨다’고 개인 페이스북에 밝혔다.

한편, 같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탈북자 강새벽 역으로 출연한 정호연 배우(1994∽)가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적 패션 잡지 보그(VOGUE)의 2022년 2월호 표지모델이 됐다.

‘깐부’를 지렛대로 해서 ‘깐부’ 세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서양 문화권의 뒤늦은 깨우침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