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이외수 '절대강자'
[장서 산책] 이외수 '절대강자'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2.0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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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작가 이외수는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문학과 독자의 힘을 믿는 그에게서 탄생한 소설, 시, 우화, 에세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광적인 ‘외수 마니아’들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1장 뇌에서 마음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다, 2장 육안과 뇌안을 감고 심안과 영안을 떠라, 3장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합시다, 4장 마른 가슴에 물 주기, 5장 손금 속으로 강이 흐르리, 6장 배만 채우지 말고 뇌도 채웁시다, 7장 엉덩이로 버티기, 8장 먼 길을 가려거든 발이 편한 신발부터 장만하라, 9장 머리 닿는 부분이 하늘이고 발 닿는 부분이 땅입니다, 10장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 책에 담긴 유물 그림 해설-김대환(문화재평론가)’으로 되어 있다.

1.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테 진 거 아니거든.(앞 면지)

2.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대는 절대강자다.(5쪽)

3. 새는 조그만 벌레 한 마리를 잡아먹는 일에도 철저한 집중력으로 온몸을 투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소득이 신통치 않을 때는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최선을 다했는가부터 반성해 볼 일입니다.

어떤 단점을 지적받았을 때, 자신의 단점에 열심히 변명이나 이유를 갖다 붙이는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쉽게 쓰레기통 속에 내던져버릴 위인이 못 됩니다. 개인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디딤돌은 이유나 변명이 아니라 후회나 반성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트랙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물 중, 가장 뛰어넘기 힘든 장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이름의 장애물입니다. 명심하세요. 이 장애물은 변명에 의해서 더욱 견고해지고 반성에 의해서 더욱 허술해집니다.(반성이 그대를 진보케 하고 변명이 그대를 퇴보케 하리라, 17쪽)

4. 지혜는 높은 곳을 향해 가지를 뻗어가게 만들고, 사랑은 낮은 곳을 향해 뿌리를 뻗어가게 만들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자, 십자가 아래 숨는다 한들 어찌 천벌을 피해갈 수 있으리오.

기다리는 일이 사랑하는 일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랑을 어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꽃나무들도 살갗이 터지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꽃망을 하나를 움틔운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꽃 한 송이는 아름다운 아픔 한 송이다.(진정한 사랑, 34쪽)

5.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그대를 행복으로부터 철저하게 격리시키는 미신이 됩니다. 그 생각을 수정하지 않는 한 그대는 평생 불행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를 위해 오늘도 아침이 밝았습니다. 흔히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셨으면 합니다. 그대의 마음이 밝아져야 세상도 밝아집니다.

태양에 임자 있나요. 가슴에 품는 사람이 임자지요. 태양도 사랑도 희망도 그대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대가 바로 우주의 중심이며 주인입니다.(태양은 임자가 없다, 45쪽)

6. 외판원이 방바닥에 흙을 흩뿌려놓고는 호언장담했다. 할머니, 이 진공청소기로 1분 만에 흙을 다 빨아들이지 못하면 제가 직접 흙을 다 핥아 먹겠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다. 어여 핥아 처먹어. 이 집은 요금미납으로 전기 끊어진 지 오래니께. (...) (잘못 걸렸다, 74쪽)

7.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세상이 내 마음에 들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하지만 나는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네. 수처작주(隨處作主). 우주 어디를 가든 내가 참주인이면 그뿐.(91쪽)

8. (...) 음악이 없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했을까. 비도 내리지 않고 꽃도 피지 않았으리. 한 소절의 음악이 한 포기의 꽃을 만들고 한 악장의 음악이 한나절의 비를 만드나니. 세상이 그대를 버려도 그것들은 그대를 버리지 않으리. 버리지 않고 그대 가슴 적시리. (...) (그대 가슴 적시리, 97쪽)

9. 지금 그대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는 그대 곁을 떠날 것이다.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말라. 이 세상 그 어디를 가도 그대 곁에 영원히 머무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리니.(100쪽)

10. 울지 마라. 인생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가을이 끝나면 긴 울음 남긴 채 빙판 같은 하늘을 가로질러 제 모습 지우고 떠나는 기러기떼. 새들도 제 살 땅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 나무들도 아픈 기억을 한 잎씩 떨구어 제 시린 발등을 덮는다.(141쪽)

11. 꽃이 진다고 어찌 슬퍼만 하랴. 머지않아 그 자리에 꽃보다 어여쁜 열매가 맺히는 것을.(186쪽)

12. 남의 포부를 들었을 때 가급적이면 안 된다고 단정하지 말라. 남의 인생은 사실 점쟁이도 잘 모르는 법. 현재는 능력이 못 미치는 상황이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놀라운 능력을 획득할 수도 있다. 명심하라. 악담보다는 덕담이 언제나 아름답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바람 따라 흔들릴 줄만 알면 결코 부러질 일은 없습니다. 긴 겨울 끝나고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을 피우겠지요.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 다디단 열매도 영글겠지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경배를 드립니다.

무슨 법칙에든 예외는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예외에 해당되지 말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모든 행운과 긍정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202쪽)

13. 안주 없이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반찬 없이 밥을 먹는 사람은 왠지 측은해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측은해 보이는 사람은 책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밥을 자주 굶으면 육신이 허약해지고 책을 자주 굶으면 정신이 허약해진다고 말했더니, 육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사야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을 사야 하는데 지갑이 허약해서 이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네요. 나무관세음보살. (...)

책을 안 읽었다는 사실을 무슨 자랑처럼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 (책 없는 인생, 224~225쪽)

14.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그대의 시간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사랑 속에 숨어 있는 것입니다.(234쪽)

15. 이 세상에 학교 아닌 공간이 어디 있으며 스승 아닌 사물이 어디 있으랴. 천하는 모두 열려 있으되 사람의 마음만 굳게 닫혀 있구나.(239쪽)

16.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 각자의 모습대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랑하지도 못하고 사랑받지도 못하는 자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달리다 보면 넘어질 때도 있는 법이지요. 넘어진 김에 잠시 쉬셔도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나 달리면 되는 거지요. 일등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완주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도전은 언제나 거룩합니다.

아니, 진심으로 사랑을 하는데 유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까.(사랑의 진실, 241쪽)

17. (...) 예술은 수학이 아니다. 공식도 없고 정답도 없다. 예술은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예술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정한 예술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며, 머리보다는 가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예술은 공식이 없다, 245쪽)

18. 현실로부터 탈피하라. 현실로부터의 탈피를 꿈꾸지 않는 인간은 영혼이 죽어버린 인간이나 다름이 없다.(246쪽)

19. 천하에 나약하기로 소문난 갈대조차도 거센 바람에 그 줄기는 흔들릴지언정 땅속에 박혀 있는 그 뿌리까지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찔레덤불 거칠어도 꽃까지 거칠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척박한 세상에 뿌리 내리고 살아도 제 마음 다스리기 나름이지요.

섬은 물 밖에서 보면 고립되어 있지만 물속에서 보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물이든지 겉만 훑어보지 않고 속까지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자신이 만 우주의 중심임을 알게 됩니다.(뿌리의 존재, 251쪽)

20. 아직도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바람 속에 서슬 푸른 은장도. 무심코 창문을 열었다 이마를 베었습니다. 그대 올까 바깥을 내다보는 일은 언제나 저를 서럽게 합니다.

첩첩산중. 바깥은 칠흙 같은 어둠, 미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산발한 채, 목 놓아 울면서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불빛 사이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보라. 시간이 역류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일수록 사람이 더 기다려집니다.

그대의 키가 1센티 자랄 때 그대의 지혜는 몇 센티나 자라던가요. 그대의 몸무게가 1그램 늘어날 때 그대의 사랑은 몇 그램이나 늘어나던가요. 그저 형상만 사람을 닮은 채로 사물같이 살면서 사람인 척 살아가는 인생, 하지만 꽃 피는 그날까지 존버!(꽃 피는 그날까지, 253쪽)

21. 오천 년을 제 모습 온전히 지켜온 이 나라의 유물들처럼 험난하고 어두운 세상을 굳세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대, 절대강자여. 사랑합니다. 내내 강녕하소서.(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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