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 ‘겨울 여자’
[추억의 영화]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 ‘겨울 여자’
  • 김병두 기자
  • 승인 2021.12.30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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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생의 사랑을 통해 육체의 순결이냐 정신적인 순결이냐의 논쟁을 불러 일으킨 영화
신인 여배우 장미희를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로 만든 영화
영화 '겨울여자'의 포스터 '죽기 전에 꼭 봐야할 한국영화1001' 제공
영화 '겨울여자'의 포스터 '죽기 전에 꼭 봐야할 한국영화1001' 제공

조해일의 ‘겨울여자’는 1975년 중앙일보에 연재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77년 김호선 감독이 신인 여배우 장미희와 신성일 김추련을 주인공으로 영화화했다.

아버지가 목사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이화는 여고 시절 발신인 없이 스토킹 수준으로 편지를 보내던 요섭이라는 이웃집 청년을 대학에 합격한 후에 만난다. 요섭을 따라 별장에 놀러갔다가 이화를 안을려는 요섭을 뿌리치고 나온다. 부유한 가정의 아들이지만 과잉보호로 소심하게 자란 요섭은 이화의 거절로 생각하고 자살을 한다. 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한 이화는 대학 2학년때 이화를 보고 첫눈에 반한 학보사 기자로 학생운동을 하는 석기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석기가 군에 입대하기전 함께 밤을 보낸다.

이화와 석기의 데이트 스틸 컷
이화와 석기의 데이트 스틸컷

하지만 휴가를 나온다는 석기의 편지를 받지만 일주일전 교통사고로 석기는 세상을 떠난다. 석기의 유골을 강물에 뿌리면서 이화는 오열한다. 요섭과 석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이화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기로 하고 결혼은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연히 택시를 타고 가다 술에 취한 고등학교 은사인 석민을 만난다. 부인과 이혼 후 실의에 빠져 살고 있는 석민을 위로하기 위해 그와 데이트를 하고 함께 밤을 보낸다. 허민은 이화에게 결혼하자고 하지만 이화는 허민의 전 부인을 만나 발레공연 티켓을 주면서 두 사람이 재회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혼자 거리를 걸아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화와 석기의 베드신 스틸컷
이화와 석기의 베드신 스틸컷

영화 개봉 후 “여자의 육체적 순결이냐 정신적 순결이냐”의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김호선 감독의 연출의도는 “성장과정에 있는 이화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처음 부딪치는 이성과 기성 윤리관을 통해서 육체보다 마음의 순결을 부르짖는 여대생의 육체의 속박에서의 해방과 마음의 순결을 내세우고 현대인들의 그릇된 윤리관에 대한 저항을 그리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했다. 당시 “이화의 당돌한 행실은 지탄 받아야 하느냐? 용납되어야 하느냐?” “이화는 누구에게나 속해있고 또 이화는 아무에게도 속해있지 않다”라는 영화 광고 문구가 시중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화와 허민의 베드신 스틸컷
이화와 허민의 베드신 스틸컷

이화의 육체적 순결보다 마음의 순결을 외치는 행동은 젊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으로 ‘겨울여자’는 단성사에서 1977년 9월 27일 부터 133일 동안 상영하여 58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당시 한국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였다. ‘겨울여자’의 흥행 성공으로 1978년 제14회 백상에술대상에서 김호선이 감독상, 신성일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1982년 김호선 감독이 이화 역으로 신인 박선희와 김추련 주연의 ‘겨울여자 2’는 1983년 3월 명보극장에서 개봉되었으나 관객 4만7천여명을 동원하여 흥행에는 실패하였다.

김세화가 부른 ‘겨울여자’의 주제곡 ‘눈물로 쓴 편지’와 ‘겨울 이야기’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불리워지는 애창곡이 되었다.

이화 역을 맡은 장미희는 1958년생으로 1976년 ‘성춘향전’으로 데뷔하여 ‘겨울여자’의 이화역으로 당대 최고 인기여배우가 되었으며 이후 ‘갯마을’ ‘별들의 고향 2’ ‘야시’ ‘나팔수’ ‘내가 버린 여자 2’ ‘느미’ ‘불새’ ‘바다로 간 목마’ ‘겨울에 내리는 봄비’ ‘색갈있는 여자’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애인’ ‘욕망의 늪’ ‘무녀의 밤’ ‘적도의 꽃’ ‘깊고 푸른 밤’ ‘황진이’ ‘사의 찬미’ ‘애니깽’ 등에서 80년대 가장 사랑받는 신트로이카 여배우의 시대를 열었다. ‘적도의 꽃’으로 제22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사의 찬미’로 제30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제1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지금도 미혼으로 우아한 중년의 여인으로 TV에 출연하고 있다.

석기 역의 김추련은 1946년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74년 ‘빵간에 산다’로 데뷔하여 제10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고 ‘빗 속의 연인들’ ‘흙’ ‘지붕 위의 남자’ ‘휘청 거리는 오후’ ‘야시’ ‘꽃순이를 아시나요’ ‘죽음보다 깊은 잠’ ‘꽃띠 여자’ ‘타인의 방’ ‘밤의 찬가’ ‘병태와 영자 2’ ‘매일 죽는 남자’ ‘열애’ ‘겨울여자 2’ ‘바람난 도시’ 등 주연으로 당대 최고 인기 배우로 활동하였다. 그 후 2003년 ‘영원한 사라’ 등 음반 발표 후 가수 활동도 하였으나 어려운 생활고로 2011년 11월 8일 향년 66세로 경남 김해에서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팬들의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였다.

김호선 감독은 1941년생으로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영화 ‘환녀’로 데뷔하여 ‘영자의 전성시대’ ‘여자들만 사는 거리’ ‘죽음보다 깊은 잠’ ‘밤의 찬가’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겨울여자 2’ ‘수렁에서 건진 내 딸 2’ ‘서울 무지개’ ‘미친 사랑의 노래’ ‘사의 찬미’ ‘아담이 눈 뜰때’ ‘애니깽’ 등 관객들의 큰 인기를 얻은 많은 영화를 만들었다. 제14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제27회 제30회 제34회 대종상 감독상, 제12회 청룡상 감독상과 1990년 아시아 태평양영화제 감독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의 원작자 조해일은 1941년생으로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매일 죽는 사람’으로 등단하였다. 중앙일보 연재 소설인 ‘겨울여자’가 인기를 얻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되었다. 소설로는 ‘아메리카’ ‘지붕 위의 남자’ ‘갈 수 없는 나라’ ‘우요일’ ‘왕십리’ 등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적인 작품을 발표하였다.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20년 6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1977년 9월 27일 '겨울여자'가 개봉된 후 44년이 지났다. 우리들이 사랑했던 영화 ‘겨울여자’의 주인공인 석기 역의 김추련과 허민 역의 신성일, 음악다방 DJ 역의 송재호, 원작자인 조해일씨도 하늘 나라의 별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들이 인생도 한편의 영화 같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