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유 사명감으로 살아온 임정근 교수
환자 치유 사명감으로 살아온 임정근 교수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1.12.28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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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의료원에서 33년간 환자진료 신경계 질환 전문의
의사가 하는 일은 사명감 보람으로 생각 안 해
'임정근 신경과'  임정근원장.  유무근 기자

“의사는 보람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의사로서의 보람을 묻는 기자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한다. 1987년 의과대학을 졸업 후 의사로 평생을 환자 진료에 매진해온 임정근 박사를 그의 병원에서 만났다.

■ 의사는 보람보다 사명감이다.

▶ 의사로서의 보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명감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의사들은 부탁을 하는 경우보다 부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탁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어느 시점에 특별히 보람이 있었다기보다는 수시로 그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사명으로 지탱해 나가는 거죠.

▶ 힘들었던 기억은 의사라면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겠지만 전문의를 자격 취득을 위한 전공의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4년이지만 그때는 3년이었습니다. 전공의가 힘든 이유는 1~2년 차에는 당직을 많이 합니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밤이든 낮이든 진료를 해야 합니다. 신경과 환자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급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밤낮없이 그런 환자들을 봐야 하니까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굉장히 스트레스가 크죠. 그런 과정들이 참 힘든 기억 중 하나입니다.

임정근 박사는 (임정근 신경과 원장) 1987년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에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1991년부터 동산병원에 재직했으며 선임 연구원(펠로우) 전임 과정을 3년을 거쳐 1994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로 근무했다.

■ 교수로서 많은 제자 양성

▶ 당시 의과대학 학생이 매년 80여 명 들어옵니다. 전문의가 된 후 1991년부터 신경과 전문의를 만드는 전공의 교육을 했습니다. 일 년에 평균 두 명 정도 약 50명의 전문의를 배출했습니다. 제자 중에는 모교에 남아 교수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개원한 분도 있고 다른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전공인 신경과 질환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신경계는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추 신경계는 뇌입니다. 등골 또는 척수라고 말하죠. 척수와 등골은 같은 말이고 이 척수와 뇌를 중추신경이라 합니다. 뇌는 두개골 안에 있고 척추 안에 척수가 있죠. 그걸 중추신경이라 합니다.

중추신경으로부터 나와 있는 팔다리와 얼굴, 몸통에 전깃줄처럼 쭉쭉 나와 퍼져 있는 신경을 말초 신경계라고 합니다. 신경이 없이는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죠. 예를 들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곳은 이 건물의 두뇌와 같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사실은 두뇌와 신경, 즉 우리의 신경계라는 것이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물론 모든 장기가 중요하지만, 핵심적으로 중요한 게 중추 신경계이고 그중에서 두뇌를 포함하는 중추 신경계를 다루는 것이 신경과라는 학문이죠.

▶ 신경과는 수술하는 분야는 아니므로 희귀한 병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희귀질환을 비교적 많이 본 편인데 다른 의사가 잘 진단하지 못하고 치료도 안 되던 환자를 제가 발견하여 진단하고 치료해서 좋아졌던 그런 경험은 여러 번 있었죠.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기억하지 못해도 그런 희귀질환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임정근 신경과 의원 내부 모습.  사진 유무근 기자
임정근 신경과 의원 내부 모습. 사진 유무근 기자

 

■ 고령화 시대 시니어 건강

-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시니어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치매 등 두통 어지럼증 신경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니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 돌아가실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의 복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늘 운동을 해야 합니다. 대신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 매일 걷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걷기 운동은 추운 계절에는 실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하던, 침대에 누워서 하던, 스트레칭이나 옛날에 하던 체조를 하십시오. 실외에 나갈 수 없어도 몸을 움직여 주어야 합니다. 국민 체조하듯이 꾸준히 신체를 움직여 주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 간혹 질병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 질병에 대해서 불안감을 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어떤 병에 걸릴까, 치매에 걸릴까, 중풍에 걸릴까 이런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나는 건강하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시니어들은 치매와 뇌졸중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 친구들을 만나서 교류 관계가 좋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당연히 가족들과 대화는 물론이고 사람들 만나서 긍정적 대화를 많이 하기를 권합니다. 채소를 곁들인 단백질 식사와 반찬도 골고루 섭취해야 좋습니다. 집에 있을 때 뉴스도 듣고 신문도 보면서 사회 돌아가는 것도 관심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환자에게 평온한 안정감을 주어야 합니다. 신경과 특성상 노인들이 많이 오는데 그분들이 걱정하는 어떤 질환에 대해서 ’큰 걱정 안 해도 좋다‘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드립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죠. 약한 마음으로 오는 병이 반 이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 하여튼 제가 추적한 바에 의하면 사실 병의 종류가 많지 않습니까. 10년 후에 20년 후에 올 병까지 미리 걱정하거든요. 그래서 대다수는 당장에 심각한 병들이 아니니까 사실을 있는 대로 말씀을 드리고 별 게 아니라는 점을 확신시켜 드리죠. 그 확신시켜주는 효과가 큽니다.

임정근 신경과의원 내부병실 모습. 유무근 기자

임정근 박사는 계명대학교 동산 의료원에서 교수로 33년을 봉직하고 2017년 4월에 퇴직했다. 그해 5월 재직 때 스승이셨던 박영춘 박사가 개원했던 ‘박영춘 신경과’ 의원을 ‘임정근 신경과 의원’(대구시 대신동 계성빌딩)’으로 개원하여 5년째 운영하고 있다.

■ 신경계 첨단장비 갖추어

- 진료 방침을 말씀해 주십시오,

▶ 환자분에게 도움을 주는 병원이 되겠다는 겁니다. 어지럼증 환자를 볼 수 있는 장비를 비롯해 신경과에서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 배치되어 있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이 걱정하는 뇌졸중에 대한 염려 때문에 혈관 검사를 위한 경동맥 초음파 기기, 머리 안쪽 혈관을 보는 초음파 기기, 그 외에도 치매 신경 심리 검사기. 자율신경 뇌파 검사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 병원을 가까이하라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요즘은 병원 진료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으니까 혼자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병원에 와서 상담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됩니다.

- 평소에 가지고 계신 생활신조가 있다면?

▶ 의사는 무엇보다 환자 치유가 우선이 되어야 하겠지요. 딱히 신조보다는 욕심을 내려놓자 하는 겁니다. 나이가 예순이 넘었는데 지금 와서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좀 더 많이 벌어야 되겠다거나 연구한 논문을 써서 명예를 좀 더 높이고 싶다든가 하는 것도 욕심일 수 있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해서 병원을 키우고 유명 해보자. 그런 것도 욕심일 수 있죠. 물론 좋은 쪽의 욕심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어쨌든 내 마음을 좀 평화롭게 가지도록 하자는 그런 의미입니다.

■ 의사들의 정직성은 존중되어야!

- 일부에서 의사를 상업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 의사는 환자 치유가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전부가 다 그런 것으로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돈과 관계없이 청백한 의사도 많습니다. 간혹 양심 없는 일부 의사들 때문에 훌륭한 의사들이 묻히기도 합니다.

정직성과 정성 측면에서는 의사 그룹이 상위에 들어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객관적 자료도 많이 있습니다. 일부 의사를 보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 저의 은사이신 박영춘 원장님을 존경합니다. 제가 학교에 와서 강의를 들었고 신경과 수련을 그분에게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분과 아주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박 원장님은 학문적으로도 뛰어나고 제자를 키우는 능력과 제자 사랑이 각별하신 분입니다.

동산 의료원 병원장을 역임하셨고, 사회활동 측면에서도 훌륭한 업적이 많은 분입니다. 저는 그분의 학문적, 인간적인 측면과 함께 은사로 모신 것을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 여가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 주말에 골프 가끔 나가고, 골프 보다 더 자주 가는 것은 가까운 곳에 6평짜리 컨테이너 하나 놓은 주말농장에 나갑니다. 잡풀이 많이 나니까 풀도 깎고, 컨테이너 노래방에서 아내와 조용필 노래. ‘그 겨울의 찻집’이나 ‘잊혀진 사랑’과 같은 노래하고 그러면서 보냅니다.

-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지요.

▶ 의료보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급자인 의사와 사용자인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놓고 가격은 완전히 정부에서 통제하고 있으니까 결국은 의료 숫가가 너무 싼 거죠. 객관적인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 숫가의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 현재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국가에서 통제하는 사회주의적 의료법 체제거든요. 국가에서 굉장히 감시를 많이 합니다. 감시하는 기관이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에서 아주 정밀하게 감시하고 있으므로 병원이든 의원이든 절대 무리하게 환자들한테 덮어씌우는 그런 과잉진료는 못 합니다.

과거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과 친분이 있으면 크게 힘(力)으로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은 권력의 힘보다 환자와 커뮤니케이션이 통하는 명의(名醫) 주치의를 아는 것이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료 한번 받기위해 몇 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의료시대에 살고 있다 수술은 고사하고 명의 청진기도 한번 못 대보고 생(生)을 마감한다는 안타까운 사정도 있다.

임정근 박사는 환자의 심신(心身)을 알고 관리해주는 주치의로서, 오늘도 누군가에 도움을 주는 의사이며,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교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