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지성 창작 아카데미」 이색 졸업생, 장보민· 신현태 부부
「수필과 지성 창작 아카데미」 이색 졸업생, 장보민· 신현태 부부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1.12.2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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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대구까지 왕복 4시간이 조금도 힘들지 않아
질 높은 강좌에 매료되어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
30년 지기 남편의 몰랐던 속마음까지 알려준 글쓰기
주인공 장보민,신현태 부부의 모습. 최종식 기자
주인공 장보민,신현태 부부의 모습. 최종식 기자

대구교육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수필과 지성 창작 아카데미( 지도교수 장호병)'에서는 지난 23일(목) 강의 장소인 본 대학 상록관 1104호에서 제31기 22명의 수료식을 거행하였다. 코로나 환경을 감안하여 현장에는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인원만 초청하였으며 선배들은 대부분 줌(zoom)으로 참가하게 하였다.

이번 수료생 중에는 왕복 4시간의 원거리인 포항에서 대구까지 16주간을 한번도 결석하지 않고 영광의 수료증과 우수작품상까지 받은 이색 부부가 있어 주위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상도동 거주 장보민(51)·신현태(55) 부부다.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띤 초등학생처럼 밝은 얼굴의 소유자 장보민 수료생을 만나보았다.

- 먼저 수필과 지성 창작 아카데미 수료를 축하합니다. 본 과정에 입학하게 된 동기를 들어볼까요?

▶ 네, 여고 시절 작문 시간에 4행시 짓기를 했는데 1분이 채 안되어 완성해서 선생님과 친구로부터 박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큰 애가 초등학교 시절에 지역 예술제에 함께 나갔다가 글을 제출하여 입상한 적도 있고요.

그때부터 글짓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도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글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수필과 지성 아카데미에서 수강생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신청하였습니다.

-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늦은 저녁시간과 밤중에 포항에서 대구까지 왕래하기는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요?

▶ 아닙니다. 지난 9월 개강식 때는 마치 제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코흘리개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지성인의 상아탑에서 새롭게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기쁜 일인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편 손잡고 대구교대로 수필공부를 향하는 길은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유명 가수의 멋진 노래를 따라하며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2시간이 마치 5분 만에 도착한 듯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밤늦은 6시 반에서 9시 반 까지 3시간의 수업시간은 지루하지 않으셨는지, 강의 내용은 어땠나요?

▶ 교수님의 강의는 단순한 수필쓰기에 대한 이론만이 아니고 고대 중국 역사에 얽힌 이야기로부터 현대의 장르에 이르기 까지 수준 높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지성인으로의 꿈을 이루는데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자라도 놓칠까봐 열심히 듣다 보니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몰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2시, 자정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이 시간이 저녁 식사 후라 피곤하여 밖에 나가는 것을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이번 수필 강좌에서는 이상하게도 피곤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머리 속에 새로운 지식을 듬뿍 넣어 간다는 뿌듯함 때문이랄까요. 또한 함께 공부하는 동기생들과의 교제도 피곤함을 잊게 한 것 같습니다.

- 매주 한 편씩 숙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 16주 동안 매주 새로운 글제가 제시되면 어떤 글감을 택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었어요. 교수님이 주시는 글제는 매 회 요술 상자였어요.

글감을 찾아도 글의 전개가 쉽지 않습니다. 수미 상관에 기승전결을 맞추기는 정말 어려워요. 거기다가 형상적인 표현은 기성 작가가 아니고선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목요일에 글제를 받으면 토요일 까지는 무조건 한 편씩 올려야 하니까 열심히 쓰는 수밖에 없었어요. 동기생들이 올린 글을 읽어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저는 16주 동안 한 번도 숙제를 빠뜨린 적이 없어요.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은 참 재미가 있고 즐거웠습니다. 그 결과로 수료식 때 작품상도 받았답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강의를 통해 느낀 점과 앞으로의 각오를 듣겠습니다.

▶ 이번 수필 강좌는 내 인생의 제 2막을 열어준 고마운 강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한 것을 느낍니다.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아무런 특기가 없으니 노후가 삭막할 텐데 우리 부부가 함께 글로써 인생을 즐기면서 작가로의 길을 가게해 준 것이 꿈만 같습니다.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교수님과 여러 동기생들과 쌓은 교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매주 올라오는 문우님들의 글을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은 동일함을 터득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 하나의 수확은 3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지만 이번 남편의 글을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깊은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심화과정에 들어가 습작에서 터득한 지식을 토대로 더 깊이 있는 수필을 쓰고 싶습니다. 수필가로 등단하여 내가 쓰고 싶은 아름다운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을 것입니다. 부부 작가로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 우뚝 서고 싶은 것은 단순한 꿈만이 아니겠죠?

코로나 19로 인한 팬더믹 사회에서 모두가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마스크로 무장한 채 작가로의 꿈을 이뤄 가는 부부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는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부디 배운 실력을 디딤돌로 삼아 훌륭한 작가로 우뚝 서길 바란다.

날씨마저 영하로 내려가 더욱 차가워진 연말에 우리 사회에 꿈을 실어주는 부부의 성공사례가 널리 확장되어 나가길 바란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에서도 글쓰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에 부응하여 문학으로 꾸준히 이 시대의 진정한 지성인을 발굴해 나가는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부부의 단란한 가족 모습. 최종식 기자
부부의 단란한 가족 모습. 최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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