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범 띠 해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범 띠 해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12.2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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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아홉 번째 해이다
'곶감이 자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로구나!' 생각하고는 삼십육계 도망을 갔다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호랑이. 이원선 기자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호랑이. 이원선 기자

2022년은 범(호랑이)띠 해로 임인년(壬寅年)이다. 천간(天干)이 ‘임(壬)’이고, 지지(地支)가 ‘인 (寅)’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아홉 번째 해이다. 방위는 북쪽이고 색은 흑색이다. 

호랑이해를 맞아 대구 달성공원을 찾았다. 대구에서 호랑이를 보려면 달성공원이 최고다. 현재 달성공원에는 벵갈 호랑이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수컷 2마리, 암컷 1마리다. 그런데 호랑이 사육장에는 1마리 호랑이만 방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사육사는 장소가 협소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만약 두 마리 이상이 좁은 장소에 있을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까닭에 같이 방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성공원의 호랑이 사육장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해자처럼 넓은 구덩이를 파서 경계로 하고 있다. 독립성이 강한 호랑이가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격돌을 한다거나 심하게 들까불다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과 동물이 지닌 특유의 민첩성으로 부상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그런 요행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은 암컷 호랑이가 방사 되는 날이다. 어슬렁거려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민망스러운 자세로 벌러덩 누워서는 일어날 줄 모른다. 어느 때 유치원생들로 보이는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와

“호랑이야 어서 일어나라~”하고 합창을 하자 알아들은 듯 마지못해 일어나던 때가 눈에 떠오른다. 그때 아이들은 일제 “와~”하는 함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야행성이라 그런지 오늘을 더 이상 일어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아침 햇살아래 어슬렁거리는 호랑이. 이원선 기자
아침 햇살아래 어슬렁거리는 호랑이. 이원선 기자

호랑이는 예로부터 영물로 여겨 신성시해 왔다. 따라서 토템사상에는 산신령으로 모셔 제를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산신각을 통해보면 산신령의 옆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등장한다. 이외에도 효자를 업고 다녔다는 호랑이도 있다. 반면 햇님과 달님의 동화처럼 사람을 해하는 호랑이도 있다. 하지만 호랑이하면 어리석은 호랑이에 관한 설화가 단연 압권이다. 상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호랑이와 곶감’같은 설화가 그 예다.

늦은 밤 아기가 심하게 울자 순사를 들먹이고 호랑이를 들먹이지만 멈출 기미가 없다. 이때 문밖에서 지켜보던 호랑이조차 어이없어 한다. 호랑이가 잡아먹는다는 데도 여전히 울었기 때문이다. 그때 할머니의 “곶감 하나 줄께!”하는 한마디에 아기가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자 호랑이는 '곶감이 자신보다 더 무서운 것이 로구나!' 생각하고는 삼십육계 도망을 갔다. 그 대목에서 사람들은 호랑이에게서 무서움보다 친근감을 느낀다. 이외에도 신라 원성왕 때 호미부(虎美婦)에 관한 설화로 오빠들의 죄 닦음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부와 명예를 연인인 낭도 김현에게 안긴 이야기 등으로 호랑이에 관한 전설이나 설화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한편 임인년의 운세를 풀이해 본다면 해자축(亥子丑)의 돼지해, 쥐띠해, 소띠해가 겨울의 수방국(水方局)이라면 인묘진(寅卯辰)의 범띠해, 토끼해, 용띠해의 목방국은 새로운 생명력이 싹을 틔우는 봄으로 접어드는 형상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을 차기의 국가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2022년 3월 9일)를 마주하고 있다. 현재의 상태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훌륭한 지도자를 뽑는 다기 보다는 악인 중에 덜 악인을 뽑는 선거라고 할만치 어지러운 정세다. 설령 그렇더라도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봄의 기운이 싹트는 임인년(壬寅年)인 만큼 희망과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