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겨울꽃, 시클라멘
[시골 꽃 이야기] 겨울꽃, 시클라멘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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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으로 답답함을 풀어주다

봄, 여름, 가을에는 꽃이 산과 들에 지천이지만 겨울에는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만나는 꽃은 더 반갑다. 요즘도 온실을 갖춘 꽃집에 가면 꽃을 구경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시클라멘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꽃을 보면 낯익을 만큼 겨울에 많이 키우는 꽃이다. 시클라멘은 보통 겨우내 쉼 없이 꽃대를 올리기에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마치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꽃말은 수줍음이다. 덩이줄기에서 나온 잎도 다양한 무늬를 이루고 있어서 그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꽃대가 길게 자란 시클라멘. 장성희 기자
꽃대가 길게 자란 시클라멘. 장성희 기자

시클라멘은 우리 집 거실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매해 겨울이면 꽃집에서 데려왔기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집 안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꽃집에서는 데려오지 않았는데 꽃을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샀던 것인데, 지난 계절에는 밖에서 노숙을 하다가 겨울 초입에 거실로 들여왔다. 그런데 꽃모습이 이상하다. 긴 생머리를 뒤로 하고 곱게 빗어 내린 청순한 소녀 같은 모습이 아니다. 머리가 빠진 듯 잎은 듬성듬성하고 꽃대가 길게 축 늘어졌다. 분명이 빛 부족으로 꽃대가 웃자란 것 같다. 그래도 시클라멘의 꽃이다. 세월이 가면 사람도 모습이 변하는 것처럼 꽃도 아리따운 모습을 잃었다. 그래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올 겨울에도 잊지 않고 피어난 것만 해도 기특하고 고맙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답답한 요즘, 분홍빛 시클라멘이 위로가 된다.

시클라멘의 꽃이 분홍빛 무늬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성희 기자
시클라멘의 꽃이 분홍빛 무늬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