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으로 답답함을 풀어주다
봄, 여름, 가을에는 꽃이 산과 들에 지천이지만 겨울에는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만나는 꽃은 더 반갑다. 요즘도 온실을 갖춘 꽃집에 가면 꽃을 구경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시클라멘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꽃을 보면 낯익을 만큼 겨울에 많이 키우는 꽃이다. 시클라멘은 보통 겨우내 쉼 없이 꽃대를 올리기에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마치 두 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꽃말은 수줍음이다. 덩이줄기에서 나온 잎도 다양한 무늬를 이루고 있어서 그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시클라멘은 우리 집 거실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매해 겨울이면 꽃집에서 데려왔기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집 안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꽃집에서는 데려오지 않았는데 꽃을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샀던 것인데, 지난 계절에는 밖에서 노숙을 하다가 겨울 초입에 거실로 들여왔다. 그런데 꽃모습이 이상하다. 긴 생머리를 뒤로 하고 곱게 빗어 내린 청순한 소녀 같은 모습이 아니다. 머리가 빠진 듯 잎은 듬성듬성하고 꽃대가 길게 축 늘어졌다. 분명이 빛 부족으로 꽃대가 웃자란 것 같다. 그래도 시클라멘의 꽃이다. 세월이 가면 사람도 모습이 변하는 것처럼 꽃도 아리따운 모습을 잃었다. 그래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올 겨울에도 잊지 않고 피어난 것만 해도 기특하고 고맙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답답한 요즘, 분홍빛 시클라멘이 위로가 된다.
저작권자 © 시니어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