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호접란
[시골 꽃 이야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호접란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2.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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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란이 다시 꽃을 피우다

겨울이라 날씨가 참 춥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화가 가을을 수놓았는데,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더니 온통 회색빛으로 바뀌어 세상이 갑자기 썰렁해진 느낌이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방에서 뒹굴고 싶어진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실 창가의 화초에서 동글동글한 꽃망울이 조랑조랑 맺히더니 환한 꽃이 피어났다. 지난봄에 꽃집에서 사 온 호접란이 다시 꽃을 피운 것이다. 지난봄만큼 꽃대가 크지는 않지만, 여름을 지나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꽃까지 피웠으니 어찌 감동스럽지 않겠는가. 고고한 기품마저 서려있는 것 같아 자꾸만 눈이 간다.

기품이 서려 있는 호접란. 장성희 기자
기품이 서려 있는 호접란. 장성희 기자

석 장의 꽃받침과 석 장의 꽃잎이 어우러져서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는데, 마치 나비가 날아오르는 듯한 모양이다. 호랑나비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호접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호접란이 금방이라도 나비처럼 날아오를 듯하다. 장성희 기자
호접란이 금방이라도 나비처럼 날아오를 듯하다. 장성희 기자

요즘에는 보통 좋은 일이 있을 때 양란을 선물로 많이 한다. 호접란은 양란 중에서도 신비롭고 화려하여 인기가 있다. 물론 절제된 이미지의 동양란만큼 귀하지는 않지만 쉽게 키우고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또한 공기정화식물로도 알려져 있어, 실내에 두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화초이다.

우리는 선물 받을 일도 없어 가끔 꽃집을 들릴 때면 스스로 호접란을 사곤 한다. 이렇게 사서 한두 달 정도는 꽃을 볼 수 있어 좋은데 꽃이 지고 나면 말라서 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 봄에 산 호접란은 특별히 관리를 잘 한 것도 아닌데 다시 꽃을 피운 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하더니,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의 끝자락까지 밖에 두어 자연스레 꽃대 두 개를 올린 것이다. 긴 꽃대 위에 층을 이루고 맺혔던 꽃망울이 피어나 삭막한 겨울 거실에 따뜻함을 불어 넣어준다.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나풀거릴 듯한 호접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한참을 들여다본다. 꽃말이 '행복이 날아옴'이라는데, 정말로 어디선가 행복이 날아온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