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함월산 기림사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탐하는 직박구리
경주 함월산 기림사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탐하는 직박구리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12.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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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도 달렸네! 가지가 부러지겠네!”인사를 건넨다
그 자연은 진정 어디에 있는가?
경주 함월산 기림사에 감나무 가득히 홍시가 매달렸다. 이원선 기자
경주 함월산 기림사에 감나무 가득히 홍시가 매달렸다. 이원선 기자

겨울로 가는 하늘 속으로 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저승꽃도 함께 피었나! 에메랄드빛 바다에 흰 구름이 돛단배처럼 흐르는 속으로 알알이 박혀서 검붉다. 기림사 절간 마당에서 꽃병에 든 화초처럼 피었다.

감나무 밑을 지나며 하늘을 쳐다보는 관광객들마다 마음속으로 욕심이 동하는 듯

“맛있겠다”

“많이도 달렸네! 가지가 부러지겠네!”인사를 건넨다.

더러는 염불 간간히 문밖을 나서는 스님께

“감은 언제...!”

감쳐 둔 속마음을 들킬까

욕심이 들어날까 조바심으로 묻는데

그것은 원래 자연의 것 수확할 까닭이 있을까요?

되묻는데

농익어가는 홍시를 찾아 든 직박구리가 감을 쪼아 배를 불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
농익어가는 홍시를 찾아 든 직박구리가 감을 쪼아 배를 불리고 있다. 이원선 기자

농익은 홍시 냄새를 허공으로 날리며

뉴턴을 원망하며

삶의 무게를 못 이겨

툭툭 자연이 속을 겨워 낸 몇 알이 땅바닥으로 구른다.

그래 맞아 그게 자연이지

하늘에 점점이 뜬 구름빵으로 허기를 턴

스님이 법당 질펀하게 염불로 군불을 지필 때

우리가 자연이지 온갖 새들이 날아든다.

직박구리, 까치, 박새,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들이

위로부터 하나하나 쪼아 내린다.

자연이 벌건가? 삶이 자연

그 자연은 진정 어디에 있는가?

자연을 찾는 스님의 염불 소리만 시간을 녹여 구름 되어 흘러간다.

속이 빈 목탁처럼 간장을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