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공식 대회 100회 완주한 박인수 마라토너
마라톤 공식 대회 100회 완주한 박인수 마라토너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12.02 10: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남자, 박인수 씨
스포츠 열정만큼 생활에서도 열정 맨
마라톤 100회 완주한 박인수 씨(박인수 씨 사진 제공)
마라톤 100회 완주한 박인수 씨(좌). 사진제공 박인수 씨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현대사회이다. 자신의 인생길에 있어 무언가 담고자 하는 바가 있어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노력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게 중 자신의 인생 항아리를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으니, 스포츠 열정 맨  박인수(59.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씨가 그러하다.

살아가면서 취미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본인이 즐거워하는 취미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 박인수 씨는 행복해 보였다.

마라톤 동호인들과(중앙 박인수 씨). 사진제공 박인수 씨
마라톤 동호인들과(중앙 박인수 씨). 사진제공 박인수 씨

 

- 스포츠를 하게 된 동기가 있으신지요?

▶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군대에서도, 군대 다녀와서도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서른 살 즈음에 동네 분들과 등산하러 다녔지요. 등산이 좋아지더군요. 산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난이도가 있는 산을 타고 싶어 등산학교에 입교했지요. 산을 잘 타기 위해 기초체력을 키우려고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달리기하는 동호회에 참가했는데, 달리기를 하다 보니 경쟁의식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달리기하는 도중에 남들보다 심폐기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나한테 잠재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혼자서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마라톤 클럽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수영과 사이클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철인3종경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등산을 좋아했다고 하셨는데 성과는 있었는지요?

▶ 등산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 산만이 아니라 수많은 세계 험난한 산에 도전과 탐험을 하였지요. 고산 등반 알피니스트를 위해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을 했습니다. 2015년 네팔 미답봉 로체샬 부근 피크38(7591m) 등반 중에 강도 7.8의 네팔 대지진을 만났습니다. 산악인의 분신과 같은, 평생을 같이한 피켈과 장비를 눈사태에 잃고 천신만고 끝에 몸만 살아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난이도 있는 등반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지금까지 적립된 등반 공적이 인정되어 2016년에 ‘대한민국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훈했습니다.

-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신 적이 있으시지요?

▶ 사이클은 강승규 교수님의 추천으로 2011년 1회 코리아 랜도링 대회 2500km를 한국인 최초 완주하였습니다. 그해 슈퍼 랜도너스가 되었고, 프랑스 랜도너스 대회 퍼밋을 받았습니다. 2011년에 4년 주기로 열리는 17회 PSP(파리_프레스트_파리) 프랑스 랜도링 대회 1230km를 한국인 최초 완주했습니다. 참가인원 5000명 모두 자국에서 2500km를 마치고 퍼밋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이클 완주 시간은 69시간 11분이었습니다.

-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 기초 훈련은 마쳤으니 철인3종경기에는 무난하셨으리라 봅니다만….

▶ 마라톤에 입문한 지 20년이 조금 넘었네요. 첫 풀코스는 2002년 서울 동아 마라톤에서 3시간 30분에 완주했고, 2003년~10년까지 Sub~3 기록을 유지했습니다. 2003년 107회 보스턴 마라톤을 아식스 스포츠의 협찬을 받아 참가해 선진 마라톤을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 울트라마라톤과 철인 3종 대회를 번갈아 가며 완주했지만 마라톤 기록은 늘 저조했습니다.

2006년도에 대구 철인 클럽에 가입하여 2007년 제주 아이언맨 대회 11시간 34분에 첫머리를 올리고, 지금까지 국내외 철인대회를 포함해 아이언맨 코스 21회 더블 철인 코스 2018~2021년 연속 4회를 완주했습니다.

- 코로나19 시기인지라 스포츠 활동에 불편함이 컸을 줄 압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 코로나로 인해 2년 동안 마라톤대회가 없어서 완주횟수가 91회에서 멈춰있었습니다. ‘금호강 마라톤대회’도 열리지 않았고 언택트 마라톤은 뛰기 싫었습니다. 세월은 지나가는데 코로나는 더 심해졌지요. 그러던 중 ‘제2회 달마 마라톤대회’가 11월에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때 31회 한국철인대회에 참가 신청한 선수가 5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49명씩 제한하여 연속 8회로 분산 개최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 기회다.”라고 생각하고 철인 킹 코스 연속 8회에 신청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거푸 달리고, 그 다음 주에 또 달리고…….

제 목표는 마라톤 완주 100회를 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라톤 99회를 완주한 후, 소속클럽 마라톤대회에서 100회를 달성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요. 신청 후 천신만고 끝에 100회를 완주했습니다. 더 대단한 완주횟수 기록을 가진 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저의 20년간 스포츠 활동의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마 마라톤대회 8회 경기를 마치고
달마 마라톤대회 7회차 대회 1등, 사진제공 박인수 씨

- 철인 3종 마라톤 완주 100회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압니다.

▶ 8회 연속완주와 오직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신이 났지만 42.195km는 참 길었습니다. 연속되는 완주의 피로로 체력과 스피드는 점점 떨어졌지요. 호랑이는 무섭고 가죽은 탐난다는 옛말이 생각났습니다.

전날 무리한 페이스로 잠 한숨 못 자고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또다시 차디찬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뻣뻣한 다리로 발차기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오직 두 팔로만 수영을 했습니다. 390m 거리를 10회전 해야 하는데 조류가 심해 몸은 가라앉고 바닷물은 계속 코와 입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죽을 지경이었지요. 포기해 버릴까, 오만 생각이 다 스쳤습니다. 저체온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얼굴과 손, 발이 시리고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서 스트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정신을 차리니 10회전 반환점 부표를 잡고 있더군요.

더운물에 샤워하고 싸이클로 갈아탔습니다. 양쪽 무릎 통증이 심해지더군요. 앞 크랭크를 이너기어로 바꾸고 정말 조심해서 타다가 보급소에 들러 무릎 테이핑을 하고 사이클을 마쳤습니다.

늘 그렇듯 마지막 마라톤은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무릎 통증과 피로 누적 다 필요 없고 달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이보다 더 쉬운 운동은 없다…. 수영의 저체온증, 사이클의 어려운 페달링 모두 마라톤까지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힘듦 뒤에 성취감은 배가 되지요. 이렇게 철인3종경기 8회차를 마쳤습니다.

바다 수영. 사진제공 박인수 씨
바다 수영. 사진제공 박인수 씨

- 한 달 사이에 철인 3종 8회를 마쳤는데, 기록은 재어보셨는지요?

▶ 8회 연속완주 토탈 시간 104시간 8분 16초였습니다.

평균시간을 따져보았습니다. 수영 1시간 43분, 사이클 6시간 38분, 마라톤 4시간 31분으로 총 1회당 평균시간 13시간 01분 02초입니다.

전체거리는 1808km로 수영 31.2km, 사이클 1441.6km, 마라톤 337.5km였습니다.

약 10만 칼로리를 소비했지만, 몸무게 변동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3~2010년 마라톤 sub~3 달성, 2003년 107회 보스턴 마라톤 완주도 소중하지만, 이번 연속 8회 대회를 마친 것은 제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 박인수 씨께 스포츠는 어떤 의미인지요?

▶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은 늘 새로운 스포츠에 대해 도전을 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운동을 줄이기는 하겠으나 안 할 수는 없겠지요.

지금 국내에는 마라톤 풀코스 1000회 이상 뛴 선수도 있지만, 저의 풀코스 100회는 20년 이상 제가 꾸준히 뛰어온 뜻깊은 결실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뛰었는가’ 보다 ‘저 선수가 아직 마라톤을 하고 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기록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랜 세월을 뛰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100회 완주
100회 완주

박인수 씨는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움직인 만큼 인정을 받는다. 한 가지 일에 만족할 수 없어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새로운 스포츠를 찾아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탐색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2002년 106회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나서 ‘나도 뛰어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본인의 생업에서도 밤낮없이 일한 때가 있었다. 자신이 일하는 윤활유 도매업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 평생 전화통만 붙들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하던 일을 접고 여행 다니며 새로운 일을 구상했다. 그리고 건축업을 시작했다.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무한한 열정을 가진 남자, 박인수 씨의 새로운 발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