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1.11.3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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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들의 공연축제
국가 균형 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의 축하 꽃다발. 김외남 기자
라인댄스 '그대 없이는 못 살아'. 김외남기자

지난 2021년 11원 25일 구 계명 대학교입구에 있는 한울림 소극장에서 열렸다. 시각 장애인 문화원에서 주최하고 대구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공연 행사였다. 시각 장애인들의 두달 여간의 연습 끝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이름을 걸고  제1회 시각장애인 공연축제가 한시 간여 동안 관객을 꽉 메운 가운데 활기차게 공연이 펼쳐졌다.

공모전 대상작품 정연원씨의 곶감을 낭송하는 모습. 김외남기자

첫 장으로는 올해 시각장애인 문학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직전 시각장애인 문화원장을 지낸 정연원씨의 수필 '곶감'을 여성회원 세 분이 이어가며 낭송하는 순서로 조용하게 펼쳐졌다.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로 음악을 전공했고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을 거쳐 경북예술 고등학교, 신일 전문대학(현 수성대학교) 교수로 있으며  2남1녀를 둔 평범한 일상을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어느날 밤 끓이던 곰국이 바싹 재가 되었다. 와이프는 주방문을 여는 순간 독가스가 확 덥쳐 그 자리에서 질식사하고 정연원씨는 창턱을 넘어 바깥으로 나가 의식을 잃었다가 소방대원에게 구출되었다. 무의식 중에도 황활타는 집을 가리키며 저 안에 사람이있다 소리치고는 의식을 잃었다. 며칠 후 겨우 의식만 수습한 체 휠체어에서 아내의 염을 지켜봐야 했다. 이런 역경을 헤쳐나가는 내용이다.

몇 번을 죽으려고 했으나 훼방꾼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고 무조건 지팡이에 의지하고 걷기에 나섰다. 주머니에는 항상 주소와 연락처, 약간의 돈도 넣어 다녔으며 넘어져 얼굴과 다리는 피투성이고 짜집기한 바지는 무릎 보호대가 되었다. 한낮인데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눈을 비비고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며. 억울함과 슬픔, 분노와 미움과 울분을 삼키며 시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싱그럽던 육신이 발가벗겨진 알몸으로 처마 끝에 매달린 곶감보다 따듯한 집안에서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는 자신이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피나는 노력끝에 지금은 1급 장애인으로 하루에 12,000보를 걷는다.

시각장애인 문화원원장을 지낼때 장에인 비장애인들의 문화적 차이도 좁히는데 온힘을 기울였다. 지하철 타고 시각장애인 연합회에 나가서 컴퓨터도 익히고 글쓰기를 햐여 등단도 했다.곶감에 비유하며 쓴 수필이 장애인 시 수필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다. 이번 공연 첫머리로 여자 분이 이 글을 낭독하는데 장내가 숙연해졌다. 

관객들도 흥을 돋구는 추가열의 정말 행복해요 노래 합창과 율동. 김외남기자

시각 장애인들의 삶을 연극으로 꾸며  6부까지 만들어 공연하는 사이사이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 낭송도 곁들였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의 시 낭송 한 장면. 김외남기자

가을 밤 노래 하모니카 연주, 솔로 댄스, 장애인 남편과 정상인 아내의 멋들어진 왈츠, 기타 연주, 합창과 율동, 추가열의 행복해요 라는 노래와 단체 율동은 공연자는 물론 관객들도 흥을 자아내게했다. 코로나로 인해 방콕에만 지내다가 모처럼 활력 넘치는 공연 관람을 했다.

숨쉴 수 있어서, 바라 볼 수 있어서, 만질 수도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들을 수도 있어서, 사랑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이 중에서 하나라도 내게 있다면 살아 있다는 사실이죠, 행복한 거죠

살이 있어 행복해, 살아 있어 행복해, 네가 있어 행복해 정말 행복해요
 

안마사의 시연 연출 장면이다. 김외남기자

시각장애인들의 90%를 차지하는 안마 시연도 하고, 지팡이로 바닥을 콩콩치며 시 낭송도 했다. 거리를 걸을때 지팡이끝의 콩콩소리가 바로 시각장애인의 눈이라는 대목에는 눈시울 적셨다. 그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