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잠긴, 밀양 영남알프스 호박소(沼)
바람이 잠긴, 밀양 영남알프스 호박소(沼)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11.2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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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기반 포트홀(pothole) 중 규모가 크고 완벽한 형태
맑은 계곡물과 자연 경관으로 한국의 명수(名水) 100선에 선정
호박소의 정면에서. 장희자 기자

 

바람이 호박소를 밟고 건너간다.  물결이 따라간다. 호박소가 흔들린다. 물결이 돌아온다. 호박소도 출렁일 때가 있었다.                                                        

호박소는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로 334-1번지에 있다. 좌측으로는 백운산(891.3m)이 있다. 북쪽으로는 가지산(1240.9m)이 있다. 영남알프스의 가지산과 백운산을 걸친 골짜기에 자리해 있어 두 산을 아우르는 형태다.

백옥 같은 화강암이 수십만 년 동안 물에 씻겨 커다란 소(沼)를 이루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절구(臼)의 호박 같이 생겼다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臼淵)이라고 한다. 높이 10m, 둘레 30m, 수심 6m 정도, 자연이 만든 예술이다.

호박소는 우리나라에서 화강암을 기반으로 하는 포트홀(pothole) 중에서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가진 것 중 하나이다. 백운산 자락 해발 885m 지점에 위치하여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

호박소 입구 출렁다리를 건너서 오천평 반석 가는 길. 장희자 기자

동국여지승람 구연 기우소(臼淵 祈雨所)에 따르면, 세상에 전하기를 이곳에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으며, 깊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뭄에 범의 머리를 넣으면 물이 뿜어 나와서 곧 비가 되는데, 연못 속에 더러운 것이 들어오면 그것을 씻어 내기 위해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호박소는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였다고 한다. 옛날 이 지방 사람들이 물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해 돌을 매단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보았지만 끝이 닿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하얀 바위 바닥으로 이루어진 이 폭포 골은 청정 지대이다. 계곡물과 주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1987년 한국의 명수(名水)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밀양팔경 중 2경에 속한다. 주위에 백련사, 형제소, 오천 평 반석 등이 있고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호박소 계곡 아래에서. 장희자 기자

밀양시내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32㎞ 정도 떨어진 산내면 남명리 시례마을에 천황산에서 뻗어 내린 얼음골이 있다. 여기서 3㎞ 정도 떨어진 가지산자락 한 물줄기에 호박소 계곡이 있다. 주차장서 호박소까지는 0.3㎞ 정도 가까운 거리이다.

입구 왼쪽엔 호박소, 오른쪽엔 한문으로 백운산 백연사(白淵寺)라고 적혀 있다. 편백나무 숲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좌측에 백연사가 있다. 백운산과 가지산이 만나는 지점에 항상 연못처럼 물이 많이 있다고 하여 백연사라 불린다.

옆에 백운산과 가지산 갈림길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가지산 쇄점골 가는 방향이다. 좌측으로 계곡을 따라 데크 길을 100m 정도 올라가면 호박소가 나온다. 난간에서 구경만 할 수 있다.

호박소 위에서 바라본 계곡과 천황산. 장희자 기자

 2015년 7월 1일부터 밀양시는 호박소 출입을 막기 위해 총 길이 154, 폭 1.5의 난간을 설치하였다. 호박소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주변에 포토존 2개를 설치하였다.

갈림길에서 쇠점골 방향으로 1㎞ 정도 가면 오천 평 반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가 만든 물구덩이와 너럭바위의 넓이가 5천 평에 달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거대한 바위가 계곡 전체를 덮은 가경이다.

호박소 위쪽에 있는 형제소(沼)와 상부쪽 모습. 장희자 기자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흐른다. 너럭바위를 쓰다듬으며 흐르는 오천 평 반석은 경사가 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