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아름다운 이름 속 슬픈 사연, 익산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
[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아름다운 이름 속 슬픈 사연, 익산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1.11.24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산시 여산고등학교 부근에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25호로 지정된 ‘여산 숲정이 순교성지’가 있다. 무진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의 성지로 전주 교구 제2의 성지이다. 마을 근처에 우거진 수풀을 의미하는 ‘숲정이’라는 고운 이름에는,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숲정이는 호남의 관문으로 일찍이 천주교가 전해 내려왔다.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병인박해에 이어 1868년 무인박해 때,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로 많은 천주교 신자가 이곳에 잡혀 와 모진 형벌과 고통을 당했다. ‘치명일기’(致命日記) 등에 기록된 순교자만도 25명에 이른다. 동헌 앞 백지사터, 배다리 옆 옥터의 교수대, 여산시장 부근의 숲정이에서 천주교인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게 생을 마감했다. 아름다운 마을 숲이 끔찍한 아픔의 숲으로 변했다.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백지사형은 사람의 손을 뒤로 결박하고 상투를 풀어 결박된 손에 묶어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 다음, 얼굴에 물을 뿜고 그 위에 백지를 한 장 한 장 붙여 질식사하는 처형 방법이다. 그 숨을 헐떡이며 가까이 다가온 죽음의 공포 속에서 그들은 ‘참 행복’을 찾았을까?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지금도 동헌 앞마당에 백지사 터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처형장에 서면, 얼굴에 달라붙은 백지로 인해 잦아드는 숨소리를 느끼면서도, 바람으로 내려오는 성령의 인도로 영혼은 하늘나라로 오르는 순교자들의 마지막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굶주림과 고문으로 지쳐가는 교우들을 향해 김성첨 토마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격려했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기다려 온 천상진복을 받을 때가 왔습니다.”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세상의 힘이 성령의 힘을 막을 수 없다.

사진 이성호 작가
사진 이성호 작가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작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1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사진집단기억 회장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1 부산국제사진제 특별전-F1963 석천홀

2021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석사학위청구전 ‘공소’-극재미술관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slow city 함창창작소-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