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허망(虛妄)한 운명
전직 대통령의 허망(虛妄)한 운명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1.11.24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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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용서는 할 수 없는 것일까?

국어사전은 허망을 1.어이가 없고 허무하다. 2.거짓이 많아서 미덥지 않다. 로 표시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해 어떤 단체에서 한 말이 “허망하다” 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부터 1981년까지 대한민국의 제11대 대통령과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제12대 대통령을 지냈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57세였다.

그때는 대통령의 임기가 7년 단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88년도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적 안정을 돌이켜보자. 박정희 대통령의 불운한 마지막 시점에 군부의 힘으로 이어받은 제왕적 대통령자리를 7년 단임이라는 약속을 지키고 내려왔다. 민주화 물결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직전의 대통령들을 보았을 때 그 자리를 그만 두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은 원래 관의 뚜껑을 닫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일이란 내일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중국의 시인 두보의 군불견간소혜(君不見簡蘇徯)란 시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을 해석한 것을 보면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넘어져 부러진 오동나무

백년 뒤 죽은 나무가 거문고가 되고

한 섬 오래된 물에 교룡이 숨는다.

대장부는 관에 뚜껑을 덮어야 모든 일이 결정된다."

는 시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 죽은 뒤가 아니면 그 사람에 대해 시비나 과오나 선악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인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관 뚜껑에 못을 박은 뒤에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남아있는 것이고, 또 다른 사연이 없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동양에서는 사자에 대한 예(禮)는 비교적 너그럽다. 역사적으로도 사화가 있었던 때는 부관참시라는 무시무시하고 극악무도한 최악의 경우도 있긴 하였지만 왕조의 역적행위에 대한 엄한 처벌인 경우 외에는 매우 드물었다.

매우 철학적이긴 하지만 용서란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인지 질문해 본다. 사과(謝過)는 상대에게 자기의 잘못에 대해 또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뉘우치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 와서 사과를 함에 있어서 진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을 종종 본다. 입에 발린 사과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하지만 정치인들은 흔히 매우 형식적이고 마지못해 하는 흉내를 내거나 “유감스럽다”는 표현 정도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근대사의 큰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목에서 국가의 지도자였던 한 사람이 운명을 달리했다. 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말로서 난도질하는 것은 예(禮)가 아닌 것 같다.

분명한 것은 한때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과오도 있고 성과도 있다. 평가는 후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거울로 비추어보고 판단 할 것이다. 사과 없는 용서는 없는 것일까? 미국의 킹 목사가 흑인에 대한 무참하고 비열한 백인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 없는 용서를 한 것처럼 그렇게 용서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매우 조심스럽게 우리 모두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