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국화의 계절이 흐르고
[시골 꽃 이야기] 국화의 계절이 흐르고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1.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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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이 담긴 국화 분재

추위가 가까이 찾아왔지만 아직은 청아한 계절이다. 시골 산들도 빠르게 옷을 갈아입는다. 밭가에는 노란 국화꽃이 줄지어 서서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즐기고 있다. 정원에는 자주색, 하얀색, 노란색의 소국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몇 해 전에 국화 몇 포기를 얻어와 심은 것이 노지에서 잘 자라 주었다. 그리고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 가을을 여러 빛깔로 꾸며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가을을 노랗게 물들인 국화. 장성희 기자
가을을 노랗게 물들인 국화. 장성희 기자

벚꽃은 아름답지만 꽃잎이 빨리 떨어져서 아쉽고, 장미는 예쁜데 너무 흔한 면이 있다. 그와는 달리 국화는 추위가 와도 오랜 시간을 시들지 않고 피어 있어서 좋다. 종류도 다양해서 흰색, 노란색, 붉은색, 보라색 등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모양과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언젠가 포항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국화꽃을 보고 데리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들은 제값을 한다고, 국화도 크고 예쁜 것일수록 노지 월동이 쉽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웃으로부터 국화 분재를 선물로 받았다. 가늘고 야리야리한 가지들 사이로 작은 국화들이 한가득 꽃을 피운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큼직하게 핀 한 송이의 실국화는 얼마나 우아한지 눈이 호강하게 해주었다. 거실에 자리를 잡아주었더니 집안 한가득 국화향이 퍼진다. 정성들여 키운 분재를 주신 이웃의 마음이 따뜻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울에 얼지 않게 잘 보관하면 이듬해에 꽃을 피우기도 한다니 잘 길러보아야겠다. 우리들도 국화마냥 꿋꿋이 살아가면서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나날이면 좋겠다.

정성 담긴 국화분재. 장성희 기자
정성 담긴 국화분재. 장성희 기자
실국화의 우아한 자태. 장성희 기자
실국화의 우아한 자태. 장성희 기자

국화에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동그란 꽃송이가 위를 향해 피어 있는 것은 하늘에 뜻을 둔 것이고, 순수하고 밝은 황색은 땅을 뜻하며, 일찍 싹이 돋아나 늦게 꽂을 피우는 것은 군자의 덕을 가졌다는 뜻이다. 찬 서리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은 고귀한 기상을 뜻하고, 술잔에 동동 떠 있으니 신선의 음식이라고 했다. 친구와 술잔을 나누며 국화의 아름다움을 나누지는 못하지만 국화차 한잔을 마시며 가을을 즐겨본다. 은은히 퍼지는 국화 향에,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가을이 담겨 있다.

고운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국화. 장성희 기자
고운 핑크빛으로 물들어가는 국화.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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