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小雪)을 하루 앞둔 일요일 늦은 오후, 금호강 공항교 아래 천변에서 주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그놈의 정 때문에…’, 익숙한 트로트 가락에 시니어들의 몸과 마음은 오랜만에 흥겹다.
소설은 24절기 중 20번째로, 입동(立冬)과 대설(大雪) 사이 겨울의 2번째 절기다. 올해는 11월 22일(월)에 들었다.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대기 중 습기가 이슬이 되고 서리가 되고 눈이 된다. 싸락눈처럼 작다고 해서 소설(小雪)이라고 하지만 첫눈이 온다고 하는 뜻도 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도 한다’는 옛말처럼 월동준비에 분주한 시기다. 김장하고 곶감이나 시래기를 엮어 말리고 소여물용 볏집을 모아 둔다. 김장 비용이 많이 들고 핵가족이 대부분인 요즈음 주부들은 ‘김장을 포기한 김포댁’이라는 유행어도 있다.
눈이 보기 드문 대구가 고향인 정호승 시인은 첫눈에 관해 꽤 많은 시를 발표했다. 삽시간에 온 세상을 순백으로 바꾸어 주는 ‘첫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는 하늘의 축복’이라고 그는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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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올해 첫눈은 예년보다 빠른 11월 10일 서울 지역에서 관찰됐다.
11월 22일 소설에는 전국적으로 날씨가 흐리며 강원도와 제주도 산간에 눈 소식이 있다.
소설에 아주 작은 눈씨를 가슴에 품고 이 겨울을 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추위가 더하고 겨울이 깊어져서 우리의 소망처럼 눈싹이 터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마음껏 소리지르며 내달려 보자.
소설(小說)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