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 산책] 김현성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장서 산책] 김현성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1.11.2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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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과 파란, 불법과 꼼수, 역전과 반전의 기록
현실 정치를 무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선거 이야기

저자 김현성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Bonn) 대학에서 정치학·철학·예술사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월간지와 광고 기획사를 거쳐 현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이 책의 목적이 지난 선거를 통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한 한국 정치사의 결정적 순간을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1945년 해방부터 2017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사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역동적이었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늘 선거가 있었다.

1948년 5월 제헌의회 선거에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동안 우리는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 스물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의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치렀다. 하나의 선거는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다른 선거, 다른 사건과 연관되어 큰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흐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일관된 흐름을 짚어가고 있다.

목차는 '대한민국 처음 선거하던 날(1948~1960),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한 선거들(1961~1979), 꺼져가는 민주주의의 불씨를 되살린 선거들(1980~1987), 정치거물들이 주도한 선거들(1988~1997),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선거들(1998~2007), 대립의 시대를 지나온 선거들(2008~2016), 'K-선거', 세계의 표본이 되다'로 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목차의 '선거'와 '선거들' 외에 '알아두면 좋을 알쏭달쏭 선거 용어 사전', [선거 이모저모+], [아십니까] 코너가 있어서 독자들이 선거에 대하여 궁금하게 여기는 점과 선거 관련 기록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선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은 선거용 달력을 통해서였다. 국회의원이 나누어준 한 장짜리 달력은 1년 내내 벽에 붙어 있어서 우리 군의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선거권을 가지게 된 것은 1976년이었고, 1978년 3월에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교사가 된 지 2개월이 지난 5월 18일에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었다. 선거 전에, 나는 선배 교사와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면서 유신헌법과 한국적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12월 12일에는 제1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개표종사원으로 지명되어서 밤샘 개표를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여 4교시 수업을 했다. 자취하던 방으로 돌아와 점심 준비를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냄비가 다 타버린 뒤였다.

대통령이 시해되고, 신군부가 정권을 잡을 때까지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녔다. 휴교와 개교가 반복되어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제5공화국 시대에는 대학원에 다녔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고, 정치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으로 오랫동안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87년 10월 29일에 제6공화국 헌법이 공포되었다.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부터 정치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3김 시대를 이끌었던 김영삼, 김대중이 차례로 대통령이 되고, 노사모의 활약으로 노무현이 제16대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에 비해 국회의원 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2000년 4월 13일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이사를 했고, 2002년 6월 13일 실시된 제3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기권하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했다.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와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장인 초등학교에 가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2010년 6월 2일은 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었다.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함께 선출하는 선거여서 투표를 했다. 30년 이상 초등교육에 몸 담고 있는 터여서 이날의 선거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부터 2020년 4월 15일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나이 들면서 선거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내년 3월 9일에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도 꼭 참여할 생각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지금까지 치른 50여 차례의 선거, 즉 해방 후 실시된 최초의 선거부터 각종 부정행위가 자행되던 어두운 시대의 선거,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민주화 시기의 선거와 21세기의 선거가 우리 정치사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 밖에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선거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기네스 기록, 알아두면 쓸모 있는 투표 상식 등 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실려 있어서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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