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45) 공공비축 건조벼 수매
[이장님 일기] (45) 공공비축 건조벼 수매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11.1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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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은 벼를 정부에서 비싼 값으로 수매함
마을 어르신이 수매해 도와드림

가을이 깊어지니 황금빛 들녘이 가을 추수로  비어가고 있다.

여름내내 땀흘려 가꾼 벼들을 수확한 농부들은 벼를 예전처럼 보관하지 않고, 2가지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벼 수확.  예윤희 기자
벼 수확하는 모습. 예윤희 기자

한 가지는 수확하는 즉시 종합처리장(RPC)으로 갖다주는 '산물벼', 또 한 가지는 잘 말려서 '건조벼'로 수매를 하는 경우가 있다. 산물벼에 비해 건조벼가 가격이 조금 높다. 그런데 대부분의 농민들은 정해진 수분(13~15%)을 맞추어야하는 건조벼로 말리기가 힘들어 산물벼를 선호한다.

올해 우리 마을에는 공공비축으로 산물벼(40kg) 326포와 건조벼 14포가 배당되었다. 모두들 일반보다 조금 비싼 공공비축으로 수매하고 싶지만, 예산 문제로 양이 정해져 내려온다. 희망하는 양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랏일이라 정해진 수량을 농지 면적에 따라 나누어 개인별로 수매하고 있다.  

그저께 16일에 청도군내에서 처음으로 건조벼 수매가 시작되었다. 우리마을 해당 농민이 연세 드신 어르신(82)이라 안날가서 상황을 보니 잘 말려 수분기로 측정해 검사를 통과하게 맞추어 놓고, 포대에도 모두 담아 두었다. 나는 유성매직으로 품종, 생산년도, 이름, 주소를 일일이 적었다.

당일날 아침에도 같이 실어드리려고 갔더니, 새벽에 싣고 수매장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양이 적어 경운기로 운반.  예윤희 기자
양이 적어 경운기로 운반. 예윤희 기자

시간을 맞추어 나가니 우리 이서면뿐만 아니라 청도읍과 화양읍에서도 이날 수매를 한다고 한다.

수매량은 모두 600포 정도라고 한다. 해당 읍, 면의 면장님과 읍장님도 오시고, 담당 공무원들이 일찍 나와 싣고 온 건조벼들을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군수님도 오시고, 기술센터 소장님도 오셔서 수고한 농민들을 격려해 주신다.

검사중.  예윤희 기자
벼를 검사하는 모습. 예윤희 기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원이 도착하고 검사가 시작된다. 창고 주인은 무게를 달고 검사원들이 검사도구로 포대를 푹푹 찔러 속의 벼들을 뽑아내어 손바닥에 놓고 살펴보고 껍질 벗기는 도구로 현미로 만들어 살피기도 한다. 그러다가 등급이 결정된다. 등급은 특, 1, 2, 3등인데, 특등은 아주 좋은 벼이고 보통이 1등이다. 우리 마을 아재도 1등을 받았다.

검사원들은 검사한 포대에서 조금씩 들어내어 시료 채취용 봉투에 담는다. 가지고 가서 더 정확한 기계로 분석한다고 한다.

창고에 들어감.  예윤희 기자
벼 포대가 창고에 들어가고 있다. 예윤희 기자

등급을 받은 건조벼는 면사무소 담당 직원의 수량 확인에 이어, 창고 안으로 옮겨진다. 이동용 컨베이어에 올려진 무거운 포대가 창고 속으로 들어가면 안에서 기다리던 인부가 받아서 차례로 쌓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나르던 것을 기계를 이용하니 한결 수월해 보인다. 

매입 가격은 우선 1포 당 3만 원씩을 먼저 지급하고, 연말경 통계청 조사에 의한 전국 평균값이 정해지면 그때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고 한다. 

힘들게 농사지은 벼를 조금이라도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공공비축 건조벼 수매를 마치고 돌아가는 농민들의 표정이 밝아보인다. 

이장으로 새벽부터 나가서 우리 마을 주민의 기쁜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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