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용담, 그 푸르름에 대하여
[시골 꽃 이야기] 용담, 그 푸르름에 대하여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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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빛을 닮은 용담꽃

따뜻한 햇살, 높은 하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따라 온 예쁜 꽃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며 상사리의 가을은 깊어만 간다. 바쁜 가을걷이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청보랏빛 종소리를 울리며 반겨주는 아름답고 귀여운 꽃이 눈에 띈다. 하늘만큼 맑은 빛깔을 가져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용담꽃이다. 용담은 뿌리에서 강한 쓴맛이 난다. 용의 쓸개보다 더 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라 실제 용의 쓸개가 있을 리 없다. 곰의 쓸개라면 모를까. 그만큼 매우 쓰다는 의미겠지.

하늘 빛을 닮은 용담꽃이 예쁘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하늘 빛을 닮은 용담꽃이 예쁘게 피었다. 장성희 기자

용담꽃은 가을의 문턱에서 꽃봉오리가 수정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피기 시작한다. 초겨울까지 청보라색 물감을 색칠해 놓은 듯이 선명한 빛을 발하며 옷깃을 꼿꼿이 세우고 있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이다. 가을이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울긋불긋한 색깔을 가진 단풍이다. 용담꽃은 화려한 단풍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강렬한 청보랏빛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용담꽃을 보면 가을하늘이 땅에 내려앉은 느낌이다. 요즘은 자기를 알리는 시대라고 한다. 꽃들도 지지 않으려는 듯 자기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이른 봄에 노란 꽃이 많은 것은 곤충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서다. 단지 멋만 내기 위해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꽃이나 사람이나 노력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다.

국화 옆의 용담꽃. 장성희 기자
국화 옆의 용담꽃. 장성희 기자

용담꽃은 낮에 피었다가 밤이 되면 꽃잎을 다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꽃에 찾아온 벌이 갇혀 나오지 못하고, 할 수 없이 하루를 꽃 속에서 숙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벌은 몸에 붙어 있는 다른 꽃의 수술가루를 모두 털어 놓아 수정을 돕게 된다. 하룻밤을 함께 하며 용담꽃의 자손을 이어가게 만드니 숙박료를 톡톡히 내고 가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인은 이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정말 그럴까. 옆에 있는 노란 국화에서 열심히 꿀을 따고 있는 저 벌들 중의 몇 마리가 예약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용담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용담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이맘때가 되면 아름답게 빛나던 가을꽃들이 시나브로 겨울채비를 서두르지만, 종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 하늘을 향해 꽃잎을 열고 있는 용담꽃은 따사로운 햇살을 듬뿍 받으며 청보랏빛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걷이로 종종걸음을 치다가도 한동안 머물러 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