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38) 세상을 가슴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원더풀 시니어] (138) 세상을 가슴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11.14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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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부부가 모처럼 주말에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게 되었다.

남편은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차의 앞 유리가 더럽고 뿌옇게 보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차창 와이퍼를 몇 번 움직여 봤지만 여전히 앞 유리는 더러웠다. 이런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위험하겠다 싶어 겸사겸사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세차를 했다.

주유와 세차를 마치자 세차장 직원이 앞 유리의 물기를 마른 걸레로 닦아주었다."다 끝났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일을 마친 직원이 공손히 인사했다. 하지만, 남편은 자동차 앞 유리가 아직 더럽다며 한 번 더 닦아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직원은 얼른 알겠다고 대답하고 혹시 자신이 좀 전에 보지 못한 얼룩이 묻어 있는지 꼼꼼히 살피며 열심히 닦았다. "손님 다 닦았습니다." 이번에도 남편은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말했다."죄송한데 아직도 더럽네요." 그때였다. 아내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남편의 안경을 벗기더니 부드러운 천으로 렌즈를 닦아 다시 남편에게 씌워 주었다. 유리창은 깨끗했다. 더러운 것은 자동차의 유리창이 아니라 남편의 안경이었던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안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런데 안경은 더러운 지 금방 확인이 되고 닦을 수도 있지만, 마음에 낀 안경은 쉽게 보이지도 않고 깨끗이 닦는 일도 쉽지 않다.

지금은 SNS (정보 통신망)에 의한 정보의 홍수 시대이다.

대선을 몇 달 앞둔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다. 가짜 뉴스들이 온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가물어도 마실 물이 귀하지만 홍수 때도 마실 물이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사람이 믿는 건 나도 믿고 싶다. 더욱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행동은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네 편 내편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붉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세상이 붉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우리 속담에 “남이 장에 가니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말도 있다. 그저 남이 하니까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나 자신을 바르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쩌면 내 마음에 낀 안경이 더럽지는 않았는지 다시 살펴보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은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갈등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그래도 모든 일은 마음이 먼저고 행동은 나중이다. 갈등은 마음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행동은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내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서 내가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거울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눈을 밝게 갖도록 노력하자. 내가 나 자신을 모르면서 남을 바르게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는 없는 일이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죽기 전 갠지스강에 가서 몸을 씻는데 지은 죄를 씻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는 몸을 씻기보다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마음을 씻으라는 뜻이다. 흐린 거울에 비춰보면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듯이 자신을 알려면 마음을 닦아야 한다. 따라서 인생살이에서 마음을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기에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육체의 눈은 나이가 들수록 어두워지지만 마음의 눈은 다르다. 이는 사리 분별력 또는 지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마디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져야 하는데 그러자면 세상을 가슴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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