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기자의 한라산 탐방기
안 기자의 한라산 탐방기
  • 안영선 기자
  • 승인 2021.1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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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지인 셋이서 제주도 한라산 탐방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저가 항공 3만 2000원, 서울 KTX보다 싼 값에 몇 년간 못간 해외 여행인데,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라도 간다니 설레는 마음이었다. 2021년 11월 9일 6시 20분 예약을 마친 우리는 인터넷에서 한라산 탐방에 대해 사전 지식을 습득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한번씩 앞산에 오르며 몸을 단련했다.

11월 9일 출발 하는 날 아침 4시쯤 일어나 김밥과 간식을 챙겨 집을 나왔다. 아침 공기가 싸늘하고 도로도 한산했다. 차도 없었지만 기다리는 택시는 오지 않았다.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멀리 24시 할매국밥 집에만 손님 몇 보일 뿐이다. 30여 분을 기다려 택시를 잡고 공항으로 향했다. 벌써 국내선 탑승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함께 하기로한 지인들과 만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6시 20분 제주도로 가는 첫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안내판을 보니 7시 까지 3대의 비행기가 모두 제주행이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출발을 했다. 25분 정도를 달렸을까, 바다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비행기를 탄지가 얼마 만인가?

구름 위를 오른 비행기. 안영선 기자

50분 정도 달린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일행은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와 택시에 올라 관음사로 가자고 했다. 오늘은 한라산 탐방코스 중 관음사 코스로, 정상인 백록담에 올랐다가 성판악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한라산 탐방 코스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논내, 어승생악, 석굴암 코스 등 7개가 있다.) 

관음사에서 안내판을 보니 탐라계곡을 거쳐 거미등, 삼각봉대피소를 거쳐 정상까지 가는데 8.7km로 5시간이나 소요 된다고 안내판이 안내 해 주었다.

관음사 탐방로 입구 안내판. 안영선 기자

등산화를 졸라매고 우리는 출발 했다. 돌밭이긴 했지만 평탄한 길이라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며 모처럼 마스크 좀 벗자며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벗고 오르고 있다. 안영선 기자

15분 정도 오르자 첫 표지판이 나오고 조금 더 오르니 '구린굴'이 나왔다. '구린' 이란 제주도 말인가? 우리 경상도 말로는 '꾸렁내'인데 라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루한 줄 모르고 올랐다. 구린굴의 길이는 442m, 진입로는3m 정도로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 구실을 했다고 한다. 조금 더 오르니 관음사가 나왔고, 2.5km를 더 가니 해발 780m 인데도 숯가마 터가 있었다. 이 숯가마터는 1940년 까지 한라산에 산적한 참나무를 베어 숯을 구워 팔았다고 한다.

숯가마터. 안영선 기자

숯가마터를 지나니 바위와 단풍이 어울어져 절경을 이루고 있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늘의 이 일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오르니, 해발 1천200미터 돌 표지석이 보였다. 표지석이 있는 대숲에는 싸락눈이 내려 있었다. 올해 처음 보는 눈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해발 1200m표지석. 안영선 기자

 

해발 1천200m를 지나니 소나무 들과 여러 나무들이 눈꽃을 피워서 우리를 환영 하고 있었다.

소나무의 눈꽃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 안영선 기자

 

 조금 더 걸으니 모노레일이 짐을 잔뜩싣고 힘겹게 느릿느릿 오르고 있었다. 삼각봉대피소에 가는 모노레일이라고 한다.

삼각봉 대피소. 안영선 기자

1천 500m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하니 정상에서는 오후 1시 30분에 하산해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정상에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쉴 사이도 없이 화장실만 들렸다가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용진각 대피소 터가 나오고 여기서 부터는 아이젠 없이는 한 발 떼어 놓으려면 줄울 잡아야 했다. 올라 가는 길 곳곳에 발을 삐거나 탈골이 되어 구급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보라에 얼음 바람이 불었다. 사람이 날려 갈 정도다. 나무에는 5-6cm 정도의 얼음꽃이 피어 있다. 이런 구경을 하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며 제주에 사시는 분은 16번 정도 올라 왔는데 오늘 처음 봤다고 좋아 했다. 올라 오는데 시간은 많이 걸렸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8시에 관음사를 출발하여 1시 10분쯤 백록담(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한번 찍으려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멀리 전국에서 온 등산객들은 다시 못 오는데 사진을 찍고 가야겠다며 기다렸다. 기자는 모서리에서 표지판만 나오게 사진을 찍었다. 손이 시러워 사진도 못찍을 정도 였고 지인 둘이는 폰 배터리리가 다 나가 전화기도 먹통이 되었다.

눈 내리는 백록담. 안영선 기자

백록담은 물이 있는지 없는지 눈보라로 가리고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 주진 않았다. 어느 방향인지 보이지도 않았고 눈보라로 눈은 뜰 수 없었다. 볼에는 얼음인지 우박인지 따끔따끔 하게 마구 때렸다. 자꾸 술취한 사람같이 비틀거리며 날아가려고 했다.

정상의 대나무와 눈꽃. 안영선 기자

 

정상에서 서둘러 내려 오는데 다친 사람들이 군데군데 오를 때 보다 더 많아 보였다. 손으로 로프를 잡으면 금방 얼어 붙어 버릴 정도의 한파다. 그러나 로프를 잡지 않고는 한 발도 움질일 수 없었다. 정상에서 성판악으로 내려 오는 진달레 대피소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한발 한발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미끄러지고 만다. 엉덩방아 안 찌은 사람은 없고, 엉덩방아 피하려다가는 크게 다친다. 기자도 20번 이상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성판악쪽의 진달레 대피소. 안영선 기자

진달레 대피소에서 3시에 준비한 점심(김밥)을 컵라면과 먹었다. 지인들은 여기서 먹는 컵라면 맛은 세계의 어떤 유명 요리보다 맛있다고 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산길이 멀어 빠르게 길을 제촉했다. 속밭 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성판악에 내려 오니 오후 6시 였다. 출발에서는 총 10시간이 걸렸다.

아 무사히 안다치고 내려 왔구나 안도하는 마음도 잠시 비는 오고 택시는 없고 182번 직행 버스를 탔다. 공항까지 버스로는 50분 정도 걸렸다.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손은 시리고 저리다. 지인은 웃으며 말했다. 백록담 바라보며 주름가리고 사진으로 남기려고 선글라스도 가져 왔는데 한번도 사용 못했다고 해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비행기가 1시간 연착 된다는 방송에 얼굴은 굳어졌고 피로가 몰려 왔다. 10시 20분 대구행 비행기를 타고 대구에 오니 11시 30분이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넘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설경과 눈꽃을 봐서 기분 좋은 한라산 탐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