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기적을 마주하는 곳, 대구 성모당
[사진으로 떠나는 성지 순례] 기적을 마주하는 곳, 대구 성모당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1.11.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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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동굴 전경.   이성호 작가
성모 동굴 전경. 이성호 작가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을 따라가면 성 유스티노 신학교와 대구교구청이 있다. 교구청 안으로 들어서면 늘 기도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곳에 대구 성모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모당은 1917년 7월 착공하여 1918년 8월 15일 완공되고, 10월 13일 축성되었다. 조선대목구에서 대구대목구가 분리되면서 초대 감목 드망즈 주교는 허원을 드렸다. 가난한 교구에 주교관과 신학교, 주교좌성당의 증축. 이 세 가지를 이루어주면 성모님께 교구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봉헌하여, 루르드의 성모 동굴을 닮은 성모당을 세우겠노라고.

드망즈 주교가 허원을 드린 지 이 년 만에 주교관과 신학교가 세워졌다. 하지만 계산 주교좌성당의 증축이 늦어지면서 성모당 건립도 미루어지게 된다. 그때 주교좌성당 보좌인 소세 신부가 중병에 걸렸다. 드망즈 주교는 수많은 치유의 기적을 나타낸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소세 신부를 낫게 해주면 주교좌성당 증축 전에 성모당을 건립하겠다고. 기적처럼 소세 신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드망즈 주교는 1917년 7월 31일부터 성모 동굴 공사를 시작했다.

성모상 앞에 서면 베르나데트 성녀가 그랬듯이 절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게 된다.  이성호 작가
성모상 앞에 서면 베르나데트 성녀가 그랬듯이 절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게 된다. 이성호 작가

1918년 성모승천 대축일에 완성된 대구 성모당은 프랑스 피레네산맥 북쪽 기슭에 있는 루르드 성모 동굴과 크기는 물론 바위 모양까지 똑같다. 붉은 벽돌 건물로 기념 틀의 모양은 교황 레오 13세가 바티칸 정원에 만들어 놓은 루르드의 성모 기념동굴을 본떴다. 내부는 암굴처럼 꾸며졌고 성모당을 바라보며 오른쪽 위에 마리아상을 모셨다. 돌로 된 성모상은 당시 대구교구 프랑스인 사제와 한국인 사제들의 헌금으로 만들어졌다. 이 성모상은 루르드에서 성모님이 열다섯 살인 베르나데트에게 열여덟 번이나 발현했던 그 모습 그대로, 머리에는 흰 수건을 허리에는 청색 띠를 두른 체 팔에는 묵주를 드리우고 손을 모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맨발 주위로는 노랑해당화가 피었다.

우리가 손을 내밀면 그분은 망설임 없이 우리 손을 끌어당겨 주신다.
우리가 손을 내밀면 그분은 망설임 없이 우리 손을 끌어당겨 주신다.  이성호 작가

성모당에 가면 늘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때론 응답에 대해 감사함으로, 때론 우리의 어머니이자 천주의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찾는 사람도 있다.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도 그곳에 서면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이 실어다 주는 청량함과 촉촉이 젖어있는 성모 동굴의 바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온해지는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음으로 위안을 얻는다.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며 두 팔을 벌려 서 있는 성 김대건 신부상. 어린 양떼를 위해 축복을 내리는 사제의 모습 그대로이다.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며 두 팔을 벌려 서 있는 성 김대건 신부상. 어린 양떼를 위해 축복을 내리는 사제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성호 작가

성직자 묘지는 늘 갈 때마다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인간의 나약함을 일깨우는 구절을 떠올리며,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몸과 마음을 주신 분께, 언젠가 내 모든 것을 그분께 돌려드려야 함을 깨닫는다. 나의 소명을 아는 것. 맛갑게 살아가는 것. 겸허해지는 시간이다.

대구 성모당 안에 있는 성직자 묘지. 새의 날갯짓에 이끌려 몽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대구 성모당 안에 있는 성직자 묘지. 새의 날갯짓에 이끌려 몽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성호 작가

 

이 기사의 사진은 이성호 작가가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성호 사진작가는

1962년生. 1988년 영남대학교 졸업. 2021년 계명대학교 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재학중.

현대사진영상학회원. 한국사진학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사진집단기억 회장

현 대구광역시 남구청 도시창조국장

<개인전>

2021 부산국제사진제 특별전-F1963 석천홀

2021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미디어아트학과 석사학위청구전 ‘공소’-극재미술관

2020 사라져가는 풍경, 정미소-slow city 함창창작소-상주

2019 가톨릭성지-1898갤러리-서울/ DCU갤러리-대구

2018 정미소프로젝트-예술발전소-대구(2018대구사진비엔날레)

2017 정미소프로젝트-대심리복합문화공간-예천

2016 空-봉산문화회관-대구

2015 空-갤러리now-서울

2012 청도유등축제 초대전-청도

<출판>

가톨릭성지-눈빛출판사-한국사진가100선 #61

<수상>

2020 부산국제사진제 포토폴리오 리뷰 최우수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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