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를 찾아서⑩ 동구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몰카안심도우미'
노인 일자리를 찾아서⑩ 동구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몰카안심도우미'
  • 도창종 기자
  • 승인 2021.1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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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몰래카메라 꼼짝 마!”
전파 및 렌즈 탐지형 장비로 꼼꼼히 점검,
남녀 노인이 한 팀으로 단속 및 점검

동대구역 건물 2층 카페에 근무하는 여성 ㄱ씨는 공중화장실 이용이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그는 "평소 직업 특성상 아침 일찍 출근해 동대구 역사 내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혹시라도 숨어있는 몰래카메라가 있을까 불안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ㄱ씨의 불안은 혼자의 걱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공중화장실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나섰다. 지금까지 지자체를 중심으로 불법 촬영 합동 점검반이 공중화장실을 비롯한 다중이용 시설을 점검해왔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공중화장실을 점검하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구 동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이재희)은 ‘몰카안심도우미’을 운영해 사전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몰카안심도우미는 공익형 일자리 참여자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인 일자리와 연계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공익형 노인 일자리 ‘몰카안심도우미’로 선발된 40명의 노인 참여자들은 먼저 몰카 점검, 몰카 발견 시 대처요령 등에 대한 기초지식과 장비 사용법 등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활동한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 '몰카안심도우미'참여자들이 공중 화장실을 다니며, 몰카 탐지기(왼쪽 아래 사진)로 점검을 하고 있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몰카안심도우미'가 공중 화장실을 몰카 탐지기(왼쪽 아래 사진)로 점검하고 있다.

동대구역 2층 공중화장실, 녹색조끼 차림의 어깨띠를 두른 ‘몰카안심도우미’ 여성 노인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모든 칸이 비어있으면, 몰카 점검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화장실 입구에 설치한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 내 구석구석 본격적인 몰카 찾기를 시작한다. 꼼꼼히 확인해야 하기에 각 화장실 별로 점검에만 15~20분 이상 소요된다.

이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환기구, 화장실 문, 비데, 화재경보기, 변기 속, 휴지걸이, 위생용품 수거함, 스위치 주변 등에 발생하는 전파를 탐지하는 전파탐지 장비로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있는지 우선 확인한다. 이때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복지관 담당자에게 연락한다. 또한 전파탐지 장비로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해서 그냥 나오지 않는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재차 렌즈 탐지형 장비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 빛을 탐지해 몰카가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공익형 일자리 ‘몰카안심도우미'는 40명이 4개 조로 나눠 동대구 역사, 지하철 1호선 신천역에서 안심역까지 오전이나 오후에 하루 3시간씩 월 10회 공중화장실을 순찰 감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은 몰래카메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위한 예방, 홍보를 실시하는 등 계도(啓導) 활동에도 나서고, 치안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9년 '몰카안심도우미'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몰카안심도우미'의 활동으로 동대구역, 지하철 1호선 공중화장실 내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노인일자리 '몰카안심도우미' 참여자들이 몰카 점검 나가기 전 파이팅을 하고 있다.
 '몰카안심도우미'들이 몰카 점검 나가기 전 파이팅을 한다.

 

금년에 ‘몰카안심도우미’ 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한 권재웅(75) 씨는 “나한테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한다는 자부심과 활동비는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서 “일을 함으로써 대인 관계도 맺고 봉사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장점을 줄줄 늘어놓는다. 다른 참여자 유성희(68)씨는 "'몰카안심도우미' 활동은 불법 촬영 범죄를 예방하고,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며, “시민들의 공공 화장실 안전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한다. 또 다른 참여자는 “내가 하는 일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안이 해소되는데 일조(一助) 하고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유성희 씨와 권재웅 씨의 소감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조재선 씨는 '몰카안심도우미' 어르신들 점검 활동은 불법 촬영 범죄를 예방하고, 우리 지역의 안전, 여성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르신들이 일을 함으로써 약간의 수입이 생기니, 삶에 여유가 생기고, 나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가장 큰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조재선 씨의 의견

 

대구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육주복지회가 1999년 10월 30일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육주복지회는 1997년 청각 장애가 있는 박병립 대표이사와 故 이육주 여사 내외가 개인 재산으로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나눔의 삶에는 멈춤이란 있을 수 없다’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다양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일하는 어르신을 위한 맞춤식 복지 서비스를 개발, 운영,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외에도 노인대학, 사회교육, 노인 일자리, 경로당 활성화 사업, 홀몸노인 친구 만들기, 가정 봉사원 파견 사업 등 다양한 문화활동 및 노인복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은 공익형 일자리 '몰카안심도우미 파견' 활동 외 4개 사업단, 노노케어 '행복나눔이 파견' 활동 1개 사업단이 있다. 2004년 4월 1일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 실시, 2007~2008년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 우수사업 선정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 수상, 2018년 보건복지부 전국 노인복지관 평가 '최우수[A등급]'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2021년도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 공익형 사업 현황

'몰카안심도우미' 등 공익형 노인 일자리 모집은 매년 1~2월 초에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참여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및 피부양자로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참가 희망을 원하는 노인은 신청 기간 내에 동구노인복지관을 방문하여 신청해야 한다. 참여자 활동 조건은 주 2~3회, 1일 3시간, 월 30시간, 12개월 일하며 활동비를 받는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문의 : (053) 983-9100/9236, 팩스 (053) 983-9237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몰카안심도우미' 참여자들이 사회복지사와 복지관 노인일자리 담당 팀장과 함께 파이팅을 하고 있다.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몰카안심도우미'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한다.

조재선 사회복지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 제공과 더불어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기대감과 책임감이 크다”라고 말하며, “치안과 어르신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에 노력하는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이 되겠다”라고 포부 밝혔다.

한편 몰카 행위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성범죄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는 성폭력 처벌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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