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패러디] 날강도가 오고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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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1.11.1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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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가 도둑놈!

조선시대 지방 수령 중에 과천 현감은, 서울이 가까우며 오가는 고관을 접촉하기 쉽고 또 세금 징수가 많기 때문에 재물을 모아 뇌물을 바쳐 중앙의 요직으로 영전하기 쉬운 자리였다.

어느 때 과천 현감이 영전하여 서울로 떠나게 되자, 아전들이 송덕비를 세우겠다며, 비문 내용을 문의하자 현감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여 아전들이 남태령에 송덕비를 세운 후, 떠나는 현감에게 제막식을 하고 가시라고 했다.

송덕비 제막식에서 현감이 비석의 막을 벗기자 비문에는, 今日送此盜(금일송차도)라 새겨져 있었다. 뜻은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 이를 본 현감은 껄껄 웃고 그 옆에 한 줄 더 새겨 넣기를 明日來他賊(명일래타적) “내일 다른 도둑놈이 올 터인데”라고.

현감이 떠나자 아전들은 기가 막혀 또 한 줄을 새겨 넣기를 此盜來不盡(차도래부진) “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 구나"라고.

행인이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또 한 줄을 더 보태기를 擧世皆爲盜(거세개위도) ”ㅉㅉㅉ 세상은 온통 도둑놈 뿐 이다"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고관대작들의 도둑질은 여전하지만, 단위는 100단위에서 1000억단위로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