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20년 지났는데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금연 20년 지났는데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 정재용 기자
  • 승인 2021.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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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폐해를 역설하는 권종칠 씨
“코로나 예방접종 받는 사람 부러워”
봉무공원 부근 뷔페 식당. 정재용 기자
봉무공원 부근 뷔페 식당. 정재용 기자

지난 1일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있는 어느 식당에 들렀다. 권종칠(68) 씨 부부가 운영하는 ‘ㅎ뷔페’ 식당이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발열체크, 손 소독, 명부작성을 하고 한쪽에 설치돼 있는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어야 했다. 다른 데서 손을 씻어도 예외가 없었다.

음식은 정갈했다. 먹고 난 그릇을 반납하자 주방에서 일하던 부인이 “정리를 너무 잘 주셔서 고마워요” 웃으며 인사했다. 식탁을 닦던 권 씨에게 위생에 특별히 신경 쓰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마스크로 호흡으로 인한 감염을 막듯이 손으로 전염되는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안 받은 상태였다. 거부가 아니라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어서였다. 흡연 전력(前歷)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재학 시부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에 끊었다. 담배를 끊은 지 20년이 지난 올해 5월초였다. 하루는 용접하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거기에서 나오는 연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때부터 기침이 시작되더니 멎지를 않았다. 내과에 들러 약을 지어먹었으나 잠시 뿐이어서 종합병원의 호흡기내과에 들러 정밀검사를 받게 됐다. 의사는 입원할 것을 권했다.

의사는 양쪽 폐가 하얗게 나온 엑스레이 필름을 보여주며 “폐가 소의 천엽(千葉)처럼 너덜너덜하다”고 했다. 담배를 끊고는 “폐를 회복하는 약을 먹었어야 했는데 안 먹어서 생긴 결과”라고 했다.

그는 한 달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지금도 약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받아 든 명함에는 ‘임산부, 미취학 아동 0원’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참고로,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흡연율은 16.4%로 OECD 평균 흡연율과 비슷하다. 그러나 남자만 놓고 보면 28.5%(OECD 20.4%)로 높은 편이며 미국 11.7%에 비해서는 2배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