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人生流轉) ‘오징어 게임’
인생유전(人生流轉) ‘오징어 게임’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10.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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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놀이 문화를 서바이벌 극화하고 치열한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를 패러디하여 세계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출시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른 9월 21일 이후 22일 동안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지난 13일 '오징어게임'을 전 세계 1억 1,100만 명이 봤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넷플릭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중국 등지에서의 불법 다운로드를 고려하면 실제 관람자는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강릉의 한 호텔에서는 상금 5백만원을 걸고 ‘오징어게임’ 공고를 내었으나 몰려드는 신청자들에 놀란 강릉시가 코로나 방역 핑계로 행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제각각의 인생역정으로 막장에 몰린 456명이 456억 원의 상금에 현혹되어 술래놀이, 구슬치기, 달고나,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와 오징어게임과 같은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서 사투를 벌이는 9부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극 중에서 456번 성기훈(이정재 분)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로서 양육권마저 잃고 어머니의 돈을 훔쳐 도박까지 하는 이혼남이며, 001번 오일남(오영수 분)은 참가자 중 최고령인 뇌종양을 앓는 시한부 노인이다. 199번 압둘 알리(트리바티 아누팜 분)는 악덕 사장과의 분쟁으로 대형 사고를 치고 가족과 이별하는 파키스탄 근로자다.

오징어게임은 오징어 모양의 구획을 그려서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공격팀이 오징어 머리에 진입하면 이기는 게임으로 경상도 지역에서는 오징어가셍이라고 부르는 비교적 격렬한 몸싸움 놀이다.

달고나게임은 떼기, 포토 등으로 불리며, 설탕을 불에 녹이면서 베이킹소다를 넣어서 부풀린 다음 여러 가지 모양의 틀을 찍어서 바늘 등으로 그 모양을 떼어내는 놀이다. 구공탄에서 직접 가열해서 모양을 만들어 떼어내다가 나중에 다양한 모형의 달고나 상품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한 이런 놀이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만들어서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의 한국적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패러디하여 단시간에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공감을 사게 된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도가니’, ‘남한산성’ 등의 영화 감독 황동혁(1971∼)이 10년 전부터 구상한 작품으로, 싸이런픽쳐스 대표 김지연(1979∼)이 제작을 맡았다. 김지연은 인기 작가 김훈(1948∼)의 딸이며. 당대의 무협 소설가 김광주(1910∼1973)의 손녀다.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에 ‘정협지’로 밤을 새고, 불혹(不惑)에 ‘칼의 노래’를 탐독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낙조(落照)에 세계 최고의 드라마 를 통해 생을 반추(反芻)할 수 있게 됐다.

인생유전(人生流轉) 점입가경(漸入佳境),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