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송,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가을 향연을 펼치는 곳, 밀양 기회송림
적송, 해바라기, 코스모스가 가을 향연을 펼치는 곳, 밀양 기회송림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10.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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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그루의 소나무로 이루어진 송림
수만 평에 이르는 코스모스, 해바라기 꽃단지
기회송림 밀양강변을 따라 핀 코스모스. 장희자 기자

기회송림은 경남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 24번지에 있다. 좌측으로 밀양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다. 우측으로는 기회마을 주산인 비학산(317m)이 보인다. 좌측 하천 너머로 영남루를 등지고 추화산이 있다.

기회송림은 남기리 기회(沂回)마을에 소재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밀양강 물이 자 모양으로 밀양시를 향해 흐른다. 하천은 송림과 이어지는 넓은 하천부지와 자갈밭을 형성하였다. 밀산교 중심으로 좌우 국도변을 따라 길게 송림이 이어진다.

140여 년 전 남기리 기회마을 주민들이 조성한 방수림이다. 북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계를 조직하여 마을과 농토를 보호하였다. 숲의 규모는 폭 200m, 길이 1천500m 정도이다. 수령이 15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수천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기회송림 아래편 코스모스 단지가 가을을 알린다. 장희자 기자

 

송림은 적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들이 웅장하게 맞는다. 밀양강을 끼고 솥밭 가장자리에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에는 여름철 캠핑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내부에는 대형텐트 300여 동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옆에는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 밀양 나들목이 있다. 2006년에 개통되어 부산, 대구 등에서 이곳을 찾기가 편리해졌다.

적송과 코스모스가 어울린 가을 풍경. 장희자 기자

기회송림은 19세기 말엽 남기리 기회마을 주민들이 조성하였다. 본래 이 지대는 비가 올 때마다 북천의 강물이 범람하였다. 마을과 문전옥답이 침수되어 긴 늪이 생길 정도로 황량한 땅이었다1881년 이 마을 출신 선각자 감암 박상일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자신의 토지를 희사하면서 재종형 박상우와 협력하여 동민들을 규합하였다. 마을의 치수와 들판의 관개를 도모하는 일에 앞장섰다강 상류에는 수중보를 막아 긴 물길을 통해 들판을 적시게 하였다.

 

해바라기 단지. 장희자 기자

이로써 기회마을은 수해를 예방하고, 생기가 넘치며, 인심이 넉넉한 고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토지 침탈에 맞서 마을 이장, 박상일 등 13인 대표 공동명의로 송림의 하천부지를 먼저 등록하여 소유를 분명히 하였다.

2003년 태풍(매미) 때 송림 상부에 1천여 그루가 비바람에 쓰러졌다. 일부 나무는 죽기도 하여 중간 중간 다시 심었다. 당초 숲에는 9천여 그루 나무가 있었으나 지금은 4천500여 그루 정도가 자라고 있다. 이와 같이 애환이 서린 역사의 뒤안길에서 동민들의 애착과 노력의 결과로 오늘에 이르렀다.

시니어 세대 커플이 해바라기 단지 쉼터에서 추억을 쌓고 있는 모습. 장희자 기자

 

산외면에서는 기회송림 옆에 꽃단지를 조성하였다. 2018년 밀양강 정비 사업 때 꽃단지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산외면 주민들이 쓰레기를 걷어내고 땅을 개간하여 심었다. 1만5천여 평 대규모 해바라기 꽃단지에 탐방객들이 몰렸다.

산외면에서는 해바라기축제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2년 동안 축제를 개최하였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7월 2만면적에 민관이 합동으로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씨앗을 파종하였다.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웃었다. 가을바람에 송림도 푸르게 흔들렸다.

해바라기, 가을하늘, 뭉게구름.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