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염전을 다녀와서
곰소염전을 다녀와서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1.10.13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금은 필수 무기질

 지난 4일, 전북 부안에 위치한 곰소염전을 찾았다.

익히 책을 통해 봐온 바둑판처럼 구획정리된 그 염전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오래 전부터 와 보고 싶었지만 만만치 않은 거리에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무기질 중의 하나이며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오고 있다. 소금에는 천일염과 정제된 소금이 있는데 이곳 염전은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생산하는 천일염이 생산된다. 천일염은 정제된 소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낮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많이 권장하고 있다.

전북 부안의 곰소염전    우남희 기자
전북 부안의 곰소염전 우남희 기자

차에서 내리자마자 염전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거푸 셔터를 눌렀다. 소금꽃이 핀 것도 아닌데 염전에 내리꽂히는 가을 햇살로 눈이 부셨다. 염전 바닥은 흙이 아니라 검은 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검은 색은 햇볕을 흡수한다. 소금꽃이 필 수 있는 소금물의 농도가 되도록 햇볕을 흡수하여 소금물을 증발시키는데 검은 색이 그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염전이 흙바닥이어서 불순물이 많았지만 그 후로 장판을 사용하게 되었고 다시 타일 바닥으로 바꾸어 증발을 통해 소금을 만들고 있다. 장판을 사용해서 나온 소금을 장판염이라 불렀고 요즘은 염전 바닥이 모두 타일이라 타일염이라고 부른다.

염전이 벼농사를 짓는 논과 다르지 않지만 일반 논두렁과 도랑이 흙으로 되어있다면 염전의 두렁길과 도랑은 판자로 되어 있다.

염전 두렁길을 따라 들어가니 최병연(63)씨가 들어오지 말란다. 뱃사람이 바다를 상대로 살아서인지 거칠다고 하더니 그 거친 바다의 물을 이용하는 염부라서 그런 건가 싶을 정도로 말투가 까칠하다. 두렁길로 들어오지 말라는 게 혹시 내가 여자라서 부정이라도 탄다는 말이냐고 하니 최씨는 교회에 다니는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느냐며 되레 의아해 한다. 두렁길을 다니면 일에 방해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조심하는데도 머리카락이 떨어져 반품되어 올 때면 속상하다는 거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바람에 먼지도 들어올 수 있을 터인데 그건 어떡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것까지 물어볼 수는 없었다. 염전 가운데 지붕만 보이는 건물이 뭣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저것만 보고 나가겠다고 하니 더 이상 막지는 않았다.

책에서나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나는 저 건물이 소금물을 가두어 두는 해주다. 비가 오면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듯 소금물을 증발시키기 위해 내놓았는데 비가 오면 염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이곳으로 가둔다고 했다.

비가 오면 소금물을 가두어 두는 해주   우남희 기자
비가 오면 소금물을 가두어 두는 해주 우남희 기자

바닷물의 염도는 2%다. 소금을 만들 수 있는 물의 염도는 24%이며 소금 결정체가 되려면 25%가 되어야 한다. 2%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24~25%의 염도가 되어 소금꽃이 피기까지 염전에서 증발시켜야 하는데 그 사이 비가 오면 염전 가운데의 창고인 해주로 소금물을 모은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으는지 궁금했지만 용도를 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소금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일반 벼농사야 적당하게 비가 와야 하지만 소금농사는 햇볕과 바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지난해인가 소금이 엄청 비쌌다. 비가 잦으면 소금 값이 망둥이가 뛰듯 뛸 수밖에 없다는 걸 이곳에 와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봄·가을에는 대개 2주 만에 채염(採鹽)하지만 여름에는 바람과 습기에 따라 1주일 만에 채염 한다.

염전머리에 앉아 한참 동안 염전을 바라본다, 구름은 하늘이 아니라 염전에 내려와 거리낌 없이 흘러 다닌다. 염부 최씨가 긁개를 가지고 오더니 염전 두렁길을 돌며 긁개로 물을 긁어준다. 뭐하시냐고 하니 소금물이 잘 섞여 염도가 골고루 같아지라는 작업이란다. 마음 같아서는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나가시오!’하던 말이 생각나 멈칫 한다.

소금물의 농도가 골고루 일정하라고 긁개로 긁어준다.   우남희 기자
소금물의 농도가 골고루 일정하라고 긁개로 긁는다. 그 뒤로 소금 이동수레가 보인다. 우남희 기자

두렁길머리에 있는 소금창고가 열려 있다. 들어가 봐도 되느냐니 소금이 별로 없는데 하면서 흔쾌히 허락했다. 아낙에게 염부로서의 경력을 물으니 본인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까칠한 저 최씨를 가리킨다. 삼촌으로부터 염전을 물려받은 지 10여년이 되었단다. 그 정도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하느냐니 어렸을 때부터 해오다 자기 염전이 된 세월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 것이니 밤낮으로 이곳에서 살았으리라. 구릿빛 얼굴이 건강해보였다.

소금 창고   우남희 기자
소금 창고 우남희 기자

창모자 아래로 노랗게 염색한 머리가 보인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니 염전을 본다. 구름이 염전에 내려와 짠 줄도 모르고 한가하게 노니는 풍경이 평화롭다. 그 속에 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