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이야기] (39)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과 소크라테스적(的) 사고(思考)
[생사 이야기] (39)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과 소크라테스적(的) 사고(思考)
  • 김영조 기자
  • 승인 2021.10.11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짜뉴스와 궤변과 사술(詐術)이 판을 치고 있는 더럽고 지저분한 이 사회를 깨끗이 청소하고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크라테스 위키백과
소크라테스 위키백과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의 미움을 받아 열두 개의 과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중 다섯 번째 과업이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엘리스의 왕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그 외양간에는 소, , 염소 등 3천 마리가 넘는 가축이 있었다. 배설물이 엄청나게 쌓였으나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배설물이 넘쳐 더 이상 외양간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인근의 토지도 오물과 악취로 불모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더러운 배설물 더미 속에서도 구더기, 거머리, 파리, 바퀴벌레, 지네, 쥐 등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었다.

 

생명체들은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고, 각자의 목적과 방식대로 살아간다. 서로 뒤엉켜 배설물을 씹어먹기도 하고, 핥아 먹기도 하면서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하고, 상대방의 살과 피를 빨아먹기도 한다.

 

그런 곳에서 내일이나 미래, 희망이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배부르고, 살아 있는 것이 최고의 선이고 행복이다. 양심이니 아량이니 절제니 하는 말이 통할 리 없다. 진실, 진리, 정의란 존재할 필요도 없다. 나만 배부르면 되고 나만 살면 되는 것이지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로남불의 편견과 독선, 가짜 뉴스 전파, 막무가내식 정보 분출, 기득권의 탐욕과 지능적 술수, 내편 네편 갈라치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국민과 국익, 공동선, 이성, 배려, 겸손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과 진배없는 형국이다.

 

잠시 2,420년 전 그리스로 돌아가 보자.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할 아테네에서도 달콤한 궤변과 억견(臆見: 진실이나 근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상상해서 피력하는 의견)이 판을 치고 있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수결이라는 편법으로 탐욕과 사술(詐術)이 진실과 정의를 뭉개고 승리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피해의 중심에 선 소크라테스는 생각했다. 이 더럽고 지저분하고 악취가 만연한 외양간을 청소해야만 올바른 인간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리의 절대성과 이성과 영혼의 신성함을 엄중히 경고하고 목숨을 담보로 사회를 정화하고자 했다. 헤라클레스가 알페이오스 강과 페네이오스 강의 강물을 끌어들여 외양간을 깨끗이 청소한 것처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