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남겨준 우리의 얼굴이, 여기에...
자연이 남겨준 우리의 얼굴이, 여기에...
  • 김종광 기자
  • 승인 2021.10.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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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부터 24일까지 달서구 문화원 '달서갤러리'에서 '제22회 전국문화사진공모전 입상작과 초대작가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시대의 질곡을 대변하는 듯 많은 의미를 표출한 소중한 자리에 기자도 영광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금상. 제목: 노부부                                                 김종광 기자심사평: 정 훈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금상을 수상한 김종광의 노부부는 자연속에서 심상의 이미지를 발견한 결과입니다. 사진은 일견 인적이 드문 산속의 이끼 낀 바위를 촬영한 것이지만, 그 모습을 관조하다 보면 놀랍게도 한 평생을 함께 지내어 서로 꼭 닮은 노부부의 얼굴이 떠 오릅니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암반을 자주 그렸던 것처럼, 김종광은 노부부의 얼굴이 바위에 투사된 장면을 발견하여 프레임속에 각인했던 것입니다.
금상. 제목: 노부부. 심사평: 정 훈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 금상을 수상한 김종광의 노부부는 자연속에서 심상의 이미지를 발견한 결과입니다. 사진은 일견 인적이 드문 산속의 이끼 낀 바위를 촬영한 것이지만, 그 모습을 관조하다 보면 놀랍게도 한 평생을 함께 지내어 서로 꼭 닮은 노부부의 얼굴이 떠 오릅니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암반을 자주 그렸던 것처럼, 김종광은 노부부의 얼굴이 바위에 투사된 장면을 발견하여 프레임속에 각인했던 것입니다. 김종광 기자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미처 보지 못한 숨은 자연의 세계를 담은 입상작과 기자의 소장품 일부를 함께 바라보며, 전의를 상실한 현대인의 지친 심신에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산속의 바위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생소한 느낌이 들겠지만 자연이 바위에 새겨준 얼굴 형태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바위에 남겨진 자연의 조화에서 인간이나 동물의 얼굴 형태를 찾기에는 다소의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사물을 볼 때는 자기 중심에서 보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여러 군상과 희로애락 표정의 피사체를 만나는 순간 인연을 맺어준 자연에 우선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이것은 일상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내가 나를 찾아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선  제목 : 공양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지낸 나무화석에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듯한 제자의 엄숙함에 일상의 고뇌가 홀연히 사라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특선 제목 : 공양.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지낸 나무화석에서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듯한 제자의 엄숙함에 일상의 고뇌가 홀연히 사라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김종광 기자

일반인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형태를 한번에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타고난 재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전문가 의견은 ‘절대시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관련 학문인 '게쉬탈트 심리학'에서는 형태의 시각, 지각 등이 함께 어우러진 것으로 사진과의 연관성으로 보면 동전의 앞뒤와 같은 불가분의 관계로 피할 수 없는 중요한 학문임을 알게 된다. '절대시각’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중요한 분야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입선. 제목: 여인상.   허공을 가르고 내려온 듯한 첫 사랑을 만난 황홀한 느낌은 자연의 오묘함이 아니면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입선. 제목: 여인상. 허공을 가르고 내려온 첫 사랑을 만난 듯 황홀한 느낌은 자연의 오묘함이 아니면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여인의 옆 모습. 김종광 기자

일상의 무관심과 소소한 갈등에서 벗어나는 자유

이러한 여러 표정과 형태로 구성된 자연속의 작품과 인연을 맺고자 주어진 일정에 따라 주말과 휴일은 가출이나 다름없는 등산을 한다.

길이 없는 숲속이라 일행과 함께 할 수 없는 나 홀로 시간에 가끔은 수도승 비슷한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가?’ ‘보면 모르나?’ 자문자답으로 1인2역을 서슴없이 행하면서 숲속을 헤매다 뱀을 만난 적이 있다. 즉시 방어태세를 취했지만 일광욕하는 뱀이 올라탄 바위에는 여러 군상의 얼굴들이 최하 8상(相)에 조밀한 형태로 나타나 만나기 힘든 바위였다. 보기 드문 부조(浮彫)바위가 펼쳐져 가슴이 울렁거렸다. 우선 뱀을 줌으로 당겨보니 독사는 아닌 것으로 보여 다행스러웠다. 2시간여를 기다린 보람으로 10컷 정도를 기쁘게 담고 하산했다.

제목 :  자화상    흐르는 물속에서 깊이 잠든 역사를 집나간 가뭄 덕분에 인연을 맺고 지난 세월의 온갖 풍파를 듣고 싶었다.                            김종광 기자
제목 : 자화상. 흐르는 물속에서 깊이 잠든 역사를 집나간 가뭄 덕분에 인연을 맺고 지난 세월의 온갖 풍파를 듣고 싶었다. 김종광 기자

이 날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내면에서도 불만이 표출한다.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등 빈정거림을 일격에 잠재우듯 물리치고 마음을 정리해 본다. 초심의 일관성 있는 든든한 파워 덕분이다.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유혹을 견뎌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특히 초심을 잃으면 시각 범위가 좁아져 바위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1회 등산에 평균 150컷 정도를 담아오지만 리뷰를 해보면 2점내지 3점이 나오는 날은 보람이 있으나 한 컷도 담지 못하는 날도 여러 번 경험했다. 여기가 바로 초심을 잃는 유혹의 함정인 것이다. 자연은 어디서나 마음을 비운 자를 반겨주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 같다. 그 만큼 자신의 정신과 열정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혼도 담아야 할 정도의 흔들림 없는 집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상사 모든 일이 매번 좋을 수만 없지 않는가? 열정과 발품으로 차곡차곡 채워지는 긴 세월을 쌓아가며 누구나 한번에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제목 : 다윗과 골리앗역사적 한판 승부가 그려지는 원한 쌓인 현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광 기자
제목 : 다윗과 골리앗. 머리로 이마를 공격하는 한판 승부로 원한 쌓인 역사적 현장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 결과가 궁금해진다. 김종광 기자

반복된 무기력에 활력소가 되어줄 기회의 시간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찡그린 얼굴, 입맞춤 모습 등 복잡한 형태의 표정들이 햇볕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자태를 드러낸다. 여기서 깊이 생각해 보자. 이런 모습들이 우리의 전생 얼굴인가 사후 얼굴인가? 아니면 누구 얼굴일까? 자연은 왜 남겼을까? 날마다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정답은 오로지 자연의 몫이다.

피사체를 찾다보면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도 많이 생기지만 그런 날이 대체로 작품과 인연을 맺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그저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 ‘세상에 공짜는 없다’ 는 말이 진리로 편입한지 지구의 나이만큼 될 법도 할 것 같다.

제목 : 아부지 ~ 히임...내이소 . 옆으로 누워 시름에 잠긴 외롭고 쓸쓸한 아버지 얼굴. 무엇이 그토록 힘들게 하는가?                                 김종광 기자
제목 : 아부지 ~ 히임...내이소 . 옆으로 누워 시름에 잠긴 외롭고 쓸쓸한 아버지 얼굴. 무엇이 그토록 힘들게 하는가? 김종광 기자

여는 때와 달리 소나기를 만나서 동굴로 잠시 피한 적이 있다. 휴식 겸 크지 않은 동굴이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동물 형상의 바위는 나를 지켜주는 듯 하고 동굴 속의 약수터는 벽화를 보는듯한 분위기에 연속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소나기가 맺어준 약수터의 신비함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사진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누구나 간단한 설명만으로 바위 속 얼굴을 느끼고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각자 시각이 다르고 감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인상석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아쉬움만 쌓인다.

비록 졸작이지만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많은 분들께 자연의 오묘함을 널리 전하고 싶다. 바위에서 우리의 얼굴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건강과 함께 인생의 묘미가 아닐런지 적극 권하고 싶다.  산속의 고요함 속에서 묵직한 자태를 드러내는 바위의 위세는 비밀의 역사가 있겠지만 이 또한 경건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자연의 숨결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제목 : 터줏대감 .  굳게 다문 입술에서 자연을 지키는 강한 결기의 모습이 갑자기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기분이 묘하다. 숲속의 건달인가?     김종광  기자
제목 : 터줏대감 . 굳게 다문 입술에서 자연을 지키는 강한 결기의 모습이 갑자기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기분이 묘하다. 숲속의 건달인가? 김종광 기자

바위에 각인된 인간의 얼굴 모습은 자연의 신비함 그대로지만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지 현실에서 숙제로 남겨두기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각박한 세상의 언저리에서 모든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색다른 시각공간 이라면 정감이 넘치는 따뜻한 온기로 힐링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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