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즌, 기러기 부부처럼 평생을 함께 했으면
결혼 시즌, 기러기 부부처럼 평생을 함께 했으면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10.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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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지어 V자 형태로 날아가면 비행거리를 70%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아들 딸 쑥쑥 낳아서 수신제가, 집안에 효도하고 국가에 애국
대구 신천 하늘을 날아가는 새 떼. 이원선 기자
대구 신천 하늘을 날아가는 새 떼. 이원선 기자

대구 신천 하늘 위로 새 떼가 날아간다. V자형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기러기 떼 같지만 기러기는 아닌 듯싶다. 계절이 가을철로 접어들면 철새들의 이동시기다. 겨울나기를 위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날아간다. 각자 살아가기 편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기러기가 V지를 그리며 날아가는 이유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함이다. 맨 앞에선 기러기 덕택으로 뒤를 따르는 기러기는 한결 수월하게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선두에 선 기러기가 지쳤다 싶으면 자리를 바꿔가며 날아간다. 조류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혼자 날아가는 것보다 무리를 지어 V자 형태로 날아가면 비행거리를 70%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편대로 기러기들은 상부상조하여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기러기는 부부관계가 아름다운 새로 정평이 나있다.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킨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쪽이 사고나 질병 등으로 사망을 한 경우에도 재혼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초례청에 초대되는 영광을 얻는다. 기러기처럼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평생을 함께하라는 의미다. 반면 금슬 좋은 부부로 정평이 난 원앙은 수컷이나 암컷이나 공이 바람둥이라고 한다. 천하에 바람둥이가 어떻게 금슬 좋게 소문이 났는지 아이러니하다. 둘이 떨어지지 않을 듯 찰싹 붙어있는 것도 서로를 감시하기 위함이란다.

봄 가을철은 백년가약을 맺은 신혼부부들이 많은 계절이다. 사랑을 궂게 맹세하여 예식장에 들어 손을 맞잡는다. 기러기처럼 한번 먹은 붉은 단심(丹心)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을 거라며 성혼선언문 앞에서 굳게 언약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바대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은 하객들도 마찬가지다.

세금고지서처럼 날아든 청첩장을 두고 시즌이 왔구나! 하며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디 아들 딸 쑥쑥 낳아서 수신제가, 집안에 효도하고 국가에 애국하라고 말이다.

기러기 떼는 아닐지라도 나아가는 모양새가 기러기 무리들처럼 아름답다. 가을철이라 그런지 새파란 하늘 아래서 맞는 축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