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난 사슴벌레
모처럼 만난 사슴벌레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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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턱이 사슴뿔을 닮아서 '사슴벌레'
애완곤충으로 인기 있는 사슴벌레
흘 속에서 나온 사슴벌레. 사진 노정희 기자
흘 속에서 나온 사슴벌레. 사진 노정희 기자

사슴벌레를 본 지 오래다. 어릴 적 나무둥치에 붙어있는 사슴벌레를 본 후 오랜만에 마주했다. 경산시 들뫼길 텃밭에서 풀을 뽑는데, 풀뿌리에 사슴벌레가 딸려 나왔다. 주변에 또 다른 사슴벌레가 보였다. 서식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풀뽑기를 중단했다. 

사슴벌레는 우리나라 토종곤충이다. 벌레의 턱 모양이 사슴뿔을 닮았다고 하여 사슴벌레로 불린다. 전국에 서식한다고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 분포하며 약 900여 종이 있다고 전한다.

사슴벌레 서식지. 노정희 기자
사슴벌레. 노정희 기자

사슴벌레는 참나무 종류의 수액에 모여든다고 하는데, 흙 속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아서 다른 먹잇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사슴벌레는 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이다. 알로 태어나서 애벌레 단계를 거쳐 허물을 벗으며 어른벌레로 자라난다. 사슴벌레 유충은 썩은 참나무류의 고목과 같이 습한 곳에 서식하며 성충이 되기까지는 약 이삼 년이 걸린다.

수컷의 큰 턱은 집게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암컷은 턱이 짧다. 수컷 몸길이는 27∼51㎜, 큰 턱 길이는 7∼22㎜. 암컷 몸길이는 25∼40㎜ 정도이다. 수컷의 큰 턱은 수컷끼리의 경쟁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고, 동시에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유럽에서는 사슴벌레는 악하거나 또는 행운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집에 불이 나면 번개에 맞은 참나무 불씨를 사슴벌레가 옮겨와서 불을 질렀다고 믿었다. 프랑스 농민들은 사슴벌레를 죽이면 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사슴벌레의 머리를 재산을 모아들이는 행운의 장식으로 여겼으며, 터키인들은 악을 물리치는 호패로 몸에 지녔다.

요즘은 사슴벌레를 애완곤충으로 기른다고 한다. 자연에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농가에서 사육한 사슴벌레가 인터넷 옥션으로 판매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턱이 멋진 사슴벌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슴벌레는 애완동물과 달리 비교적 신경이 덜 쓰인다는 장점이 있다. 먹이로는 과일 조각이나 벌레가 먹을 수 있는 젤리를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