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 성당 ‘종지기’ 강(바오로), 그는 요즘 괴롭다
시골 작은 성당 ‘종지기’ 강(바오로), 그는 요즘 괴롭다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1.10.04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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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十匙一飯) 작은 도움으로 천사가 되어보지 않겠습니까?

종소리는 사랑일 것이다.

신동성당 종지기 강명성(바오로) 씨가 신자들의 염원을 실어 힘차게 종 줄을 당기고 있다.  유무근 기자

어둠이 채 가시기전 새벽녘 저 멀리 사찰에서, 교회 성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는 진정 사랑의 울림이다. 종소리의 은은함에 힐링이 되어 마음에 평화로움으로 닿으니 사랑일 것이다.

매일 오전 10시 10분이면 어김없이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원거리에서도 은은하게 들려오는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동성당 종소리에, 잠시나마 하느님이 나를 부르는 듯이 느껴지는 이도 있다고 한다.

신동성당(주임 함영진 신부)은 2018년 2월 1일 조환길 대주교 집전으로 설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행사한 53년 역사를 가진 성당이다.

강명성(55· 바오로) 씨가 신동성당 종지기로 봉사한 기간은 5년이다. 직분을 맡고 지금까지 하루도 어김없이 그 시각에 종을 치고 있다.

강 씨는 장애가 있는 열심 신자이다. 신체적 결함으로 대인기피증, 의사(意思) 전달. 시각 장애로 인한 걸음걸이가 다소 불안전하여 건강이 온전하지 못하다.

그가 종지기를 맡게 된 데에는 한 교우의힘이 컸다. 그를 아끼던 선배 신자인 배(바오로) 씨가 당시 종지기였다. 미사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줄행랑치는 강 씨를 측은히 여기고, 관심과 사랑으로 시식(侍食) 장소나 사석에 항상 그를 불러 합석시켜 친교를 나누었다고 한다. 종을 치는 시간에도 그가 곁에서 지켜보게 하였다. 연습을 거듭한 몇 달 후 어느 날 종 줄에 감각을 터득했다며 혼자서 종을 칠 수 있겠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종 줄을 당긴 것이 단 한 번도 쉼 없이 직분에 봉사한 것이 5년이 되었다. 그는 “내가 교우들의 염원을 실어 종줄을 당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라고 한다.

주교좌 계산성당과 전국 대부분 성당에서는 하루에 종을 세 번씩 친다. 한 번 칠 때에는 연속으로 33번 타종하고 있다. 하루 세 번은 아침· 점심· 저녁, 삼종을 의미한다. 33번 타종은 예수님의 삶 생애를 뜻한다고 한다.

신동성당에서는 40번을 연속으로 친다. 부임하는 신부의 승인으로 지금도 40회 타종을 지키고 있다. 교회에서 40이라는 숫자에는 의미가 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경 곳곳에 등장한다. 40은 '완성'을 의미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두고 광야에서 40년을 배회했다.

*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아오는 데 40일이 걸렸다. [민수기]

* 예수께서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했다.

* 예수님이 부활 후 40일 만에 승천하였다.

* 안나와 요아킴이 결혼하여 아기를 얻지 못하여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와 단식 끝에 잉태한 분이 성모 마리아이고, 그 외에도 40이라는 숫자는 많다고, 본당 배원환 (바오로 구역 위원장) 씨는 말한다.

강명성씨가 성호를 긋고 난 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종줄을 잡고 있다. 유무근 기자

강 씨는 대인 기피증과 신체적 결함으로 수입성 활동은 하지 못한다. 현재까지 복지 지원 등급도 없는 상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금으로 모자(母子)가 연명하는 형편이다. 강 씨는 와병 중인 노모(90· 이수암)를 봉양하는 극진한 효자로 평이 나 있다. 세 끼 밥상과 약봉지로 그림자처럼 봉양(奉養)하고 있다.

그런 강 씨는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곧 떠나야 한다. 쫓겨나는 것이다.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았다. 낡은 건물은 어머니 이수암씨 명의지만, 토지에 관한 정당한 점유권을 주장· 입증하지 못해 재판에서 지고 말았다. 법원에서는 원상복구하고 이주할 때까지 매월 34만 5천 원씩 지급하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벌써 10개월이나 지났다. 강제 퇴출 불안에 강 씨는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이다. 그는 “와병 중인 어머니와 어디로 나가란 말이냐! 차라리 우릴 죽여라”라고 혼잣말로 투덜댄다.

곧 찬 바람이 불고 시골 날씨가 빨리 추워질 텐데 이만저만 걱정이 남의 일만 같지 않다.

기도하는 염원으로 종 줄을 당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강명성 씨 유무근 기자

지인 이춘길(65) 씨는 딱한 사정을 처음 알았다며 복지 사각지대에서 헤매는 강명성 씨를 돕고자 십시일반이라도 모금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안타까워 한다.

내일 10월 첫 주 일요일 10시 10분, 그 시각 강 바오로가 신도들의 염원을 실어 당기는 애환의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져 하늘까지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명성 씨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문의처 : 신동성당 사무실 (054) 972-2014

   입금 계좌 : 신용협동조합 132-104-493380 (성당사회복지회) 추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