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부문화 실천하는 (주) 명가 푸드웰 이원경 대표 가족
기업의 기부문화 실천하는 (주) 명가 푸드웰 이원경 대표 가족
  • 강효금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10.01 14: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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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 풍족해진다
기업은 나눔을 실천할 도구로 사명 있어
이원경 대표의 옆에는 든든한 두 남자가 있다. 남편인 김경찬 이사와 아들인 김동영 대리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세 사람의 밝은 에너지가 명가 푸드웰을 가득 채운다.   이원선 기자
이원경 대표의 옆에는 든든한 두 남자가 있다. 남편인 김경찬 이사와 아들인 김동영 대리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세 사람의 밝은 에너지가 명가 푸드웰을 가득 채운다. 이원선 기자

 

20여 년의 시간, 숨어서 기부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 남에게 알려지는 게 싫어 도움을 주면서도, 그 흔한 사진 한 장 남긴 적이 없는 기업. (주) 명가 푸드웰이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사무실에서 이원경 대표를 만났다. 앞에 나서서 얘기할 만큼 큰일을 하지 않았다는 그를 졸라 어렵게, 기업가로서 살아온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마침 함께 일을 하던 남편 김경찬 이사와 아들 김동영 대리도 만날 수 있었다. 기업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숨은 봉사자’로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 ‘기부’ ‘나눔’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하시게 된 건가요?

▶ 제게는 운명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대한적십자사에 근무하셨습니다. 거지가 와도 밥을 차려주고 씻겨주고 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며 자라서, 제게 나눔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네가 손해 보더라도 베풀어야 한다.” 아버지의 그 말씀이 뼛속 깊이 새겨져, 어릴 때부터 제가 가진 걸 남에게 나누어주는 일이 그저 좋았습니다. 그걸 받고 기뻐하는 친구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나누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복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고, 더해서 ‘심폐소생술’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무료 교육봉사도 하고, 재능 기부도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또 다른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공부하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한 개인의 힘보다 ‘기업’이 ‘기부’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 우리 사회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기업의 기부문화 활성 방안’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나눔’을 먼저 생각하고 기업인으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 ‘양무리 급식’을 비롯해서 여러 군데에 후원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양무리 급식(이사장 이흥식 목사)’은 제가 이사로 있으며, 반찬 재료로 쓰이는 건어물 같은 식자재를 후원합니다. 그렇게 한 지는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토요일마다 도시락 지원도 하고, ‘멸치’나 ‘김’ 같은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면서 가격은 만만치 않은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400여 명이 저의 나눔으로 따뜻한 식사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저는 행복합니다. 크고 작은 복지관에도 식자재를 후원합니다. 또 누가 좋은 일로 기금 마련을 한다고 하면, 아낌없이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제게 말합니다. 돈을 좀 더 벌어서 여유 있을 때, 넉넉하게 베푸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누는 일은 더 소중합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록 거창하게 나눔을 하지 못할지라도,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합니다. 소소하지만 저의 작은 나눔이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기부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아버지를 회상하는 이원경 대표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의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던 아버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나눔에 대한 그의 철학은 아버지에게서 대물림된 것이다.  이원선 기자
아버지를 회상하는 이원경 대표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의 옆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던 아버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나눔에 대한 그의 철학은 아버지에게서 대물림된 것이다. 이원선 기자

 

 

- ‘명가 푸드웰’은 건어물로 대구· 경북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에 뛰어들었지만,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경험이 없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에 속아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대학 강사를 하며, 그 손해를 메우기 위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성실함이 좋았는지, 그 당시 사장님이 제게 대리점을 해보라 권하며 건어물 사업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직접 산지를 찾아, 발품을 팔아가며 김을 사 왔습니다. 산지에서 어렵사리 구해온 김이 막상 여기 가져와 보니, 팔 수 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싼 품삯을 치르며, 차츰 산지에서 좋은 분들을 만나며 김밥 김으로 시작해서 돌김, 미역, 죽방멸치까지 다양하게 품목을 늘려나갔습니다. 가져온 물건은 여기서 나누어 담고 포장까지 마쳐야 했습니다. 직원을 고용할 형편이 안 되어 온 가족이 매달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알음알음 소문이 나며, 이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하기 원하는 시니어들에게도 도움 주고파

 

- 여러 시니어클럽과도 연계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쪽은 제 남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남편: 김경찬 이사)

시니어클럽은 처음에는 의성에서 시작해서 소문이 나며 영주, 문경 시니어클럽 쪽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제가 방문하기도 하며 건어물을 나누고 포장하는 일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우리 건어물을 떼서 소분하고 포장해서 작은 가게를 열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이 된 거지요. 그 후 그분들이 판로를 개척하고, 이제 아예 산지와 계약을 해서 큰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원자재 구매부터 관련된 노하우, 포장지, 포장 재질, 디자인까지 모든 걸 전수해 드렸습니다. 지금도 가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흐뭇하지요. 대구에는 달성군 시니어클럽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여 분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은 일도 꼼꼼하고 깔끔하게 처리합니다. 비교적 낮은 임금에 이런 장점이 있으니,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경찬 이사님도 올해 대령으로 예편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 휴가 때 옆에서 거들기만 하다가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깨달았습니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전쟁 준비를 하지요. 그런데 제대하고 이곳에 와보니, 여기가 바로 전쟁터였습니다. 군인은 매달 일정한 봉급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사업이라는 것은 물건을 팔아야 수익이 생깁니다. 예산· 회계부터 물건 구매· 판촉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배우고, 직접 영업도 합니다. 군대에서는 제가 하는 한 가지 일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전체를 다 보고 읽고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며칠 전에도 퇴직을 앞둔 분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원경 대표도 그렇지만 저도 가능한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 길을 가르쳐 주고 방향을 알려준다면, 실수도 줄고 그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집니다. 저는 퇴직하기 전, 적어도 10년 전부터 퇴직 이후를 준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깊이 생각하고 실행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어영부영 초보자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오래 준비하고 원하는 분야의 사람을 만나 얘기도 듣고, 준비하고 연습해야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을 위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아들인 김동영 대리도 제대 후 바로 여기로 왔다고 들었습니다.

▶ (아들: 김동영 대리)

미사일 사령부 교육대 심폐소생술 조교로 근무했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대 후 친구들이 쉽게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상화폐니, 주식이니. 저도 대박의 꿈도 꾸었지만, 어머니가 살아온 모습을 보며 ‘땀’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우리 회사 사훈이 ‘꿈, 땀, 그리고 함께’입니다. 먼저 꿈을 꾸고, 땀 흘려 일하고, 그 열매는 다 함께 나누자는 의미이지요.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나눔을 강조하고 실천해 오셨습니다. 저도 회사에 와서 처음 한 일이 운전을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트럭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상·하차를 하고 택배도 직접 하며,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경영인의 자세’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제 ‘스마트 스토어’도 시작하고 직접 물건을 촬영해서 올리고, 또 주문을 받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머니를 통해 배울 게 많지만, 저는 젊은 세대답게 SNS를 활용한 홍보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원경 대표와 김경찬 이사의 마주보는 눈길에 달달함이 느껴진다. 명가 푸드웰의 분위기가 왜 이리 달콤한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이원선 기자
이원경 대표와 김경찬 이사의 마주보는 눈길에 달달함이 느껴진다. 명가 푸드웰의 분위기가 왜 이리 달콤한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이원선 기자

 

기업을 나눔을 실천할 도구로 사명 있어

 

- 대표님이 열어갈 새로운 기업문화가 궁금해집니다.

▶ 이제 소비자들도 현명해졌습니다. 물건을 하나 살 때도 그냥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지갑을 엽니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잣대가 엄격해졌다는 말이지요. 저는 ‘명가 푸드웰’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명가 푸드웰’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꿈꾸는 청· 장년 누구에게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는 기업. 흘린 ‘땀’의 의미를 기억하는 기업. 수익으로 거두어들인 열매를 다 함께 나누어,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기업. 떳떳한 기업. 나눔으로 함께 행복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